첫고개 넘었다... 갈 길 먼 민주당, 갈 길 먼 혁신위

박소희 2023. 7. 1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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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출범 한 달 만에 1호 혁신안 수용... 의제, 혁신위 소통방식에 우려도 나와

[박소희 기자]

▲ 혁신위 회의 주재하는 김은경 위원장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6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남소연
 
"오늘이 마지노선이다."

18일 오전, '오늘 오후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김은경 혁신위의 불체포특권 포기 제안을 거부한다면 어떻게 되겠나'라는 <오마이뉴스> 질문에 더불어민주당 A의원이 내놓은 답변이다. 혁신위가 1호 혁신안으로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요구한 지 이날로 26일째였지만, 아직 민주당은 명확한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은 상태였다.

몇 시간 뒤, 민주당은 혁신위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취재진에게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 의원들의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지난 의총에서 불체포특권의 헌법적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었는데, 해당 의원들도 국민의 기대, 민주당이 회복해야 할 도덕적인 정당이라는 위치 등을 고려해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힘겹게 수용된 '1호안'... "혁신안? 응급조치"

순탄하게 나온 결론은 아니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의원총회에서 "민주당다운 윤리정당의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며 "간곡하게 제안드린다. (1호 혁신안을) 의총에서 추인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토론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이 검찰 수사 상황 등을 내세워 강한 반대의견을 표출했고, 결국 의원들의 뜻은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다. 급기야 의원 31명과 민주당 최대 의원모임 '더좋은미래'가 '혁신안을 수용해야 한다'며 집단행동에 나서기까지 했다.

박 원내대표는 18일 "거듭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기득권이라고 하면, 우리는 수용하는 게 옳다"며 "국민이 변화를 요구하면 국민 눈높이에 철저하게 맞춰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될 노력"이라고 말했다. 또 "민주당이 유능한 정책정당으로 인식되지 못하는 것 또한 현실"이라며 "국민이 우리를 신뢰하지 않는 데에서 비롯되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그 한계를 벗어나는 것은 윤리정당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비공개 토론을 거쳐 혁신안은 받아들여졌다.

김은경 혁신위는 이렇게 '첫 고개'를 넘었을 뿐이다. 김은경 위원장 생각도 다르지 않다. 그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두고 "열을 내리기 위한 응급조치였다"며 "그걸 혁신안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옹색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국민 민생이 심각한데 (민주당은) 그런 일(방탄논란)에 전념하지 말고 좀 의연해라. 그 부분을 정리해주고 나가야 저희들이 소위 말하는 혁신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복경 혁신위원은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의원이나 당원들이 당 내부문제로 에너지가 너무 쏠려 있다"며 "국민들이 민주당에 무엇을 원하는가를 훨씬 더 무겁게 봐야 될 때"라고 진단했다. 그는 "저도 편견을 가지고 봤는데 실제 당 내부는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더라. 친명-비명 단순 구도는 아니다"라며 "각자 선 자리에서 '이것이 당이 좋아지는 방법'이라고 고민들은 다 한다. 문제는 어떻게 하나의 공간에 모을 것이냐, 이게 가장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의 고민과 별개로 여전히 혁신위에 '물음표'를 찍는 이들이 적지 않다. 민주당 B의원은 "원래 기대가 많았다"면서도 "시간이 지났지만 체계적으로 꾸려 나가는 모습도 안 보이고, 무엇보다 '당이 망한다'는 등 메시지가 정제되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다 보니 많은 의원들이 혁신위가 어떤 의제를 던져도 반응을 안 하는 것 같다"며 "갈수록 힘들다. 이러다가 장마 끝나면 휴가철이고, 그 다음은 정기국회인데 아예 (혁신위가) 묻혀버릴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A의원도 "김 위원장 발언이 좀 아슬아슬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혁신위원장은 비대위원장이 아니다"라며 "혁신안을 만드는 데에 집중해야지, 당 상황을 정리하고 진압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김은경 위원장이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낙연 전 대표의 처신 문제를 언급하는 바람에 '친낙' 설훈 의원이 사과를 요구했던 일과 비슷한 사례가 반복된다면 혁신위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물음표 던지는 의원들... "김은경도 고민해야"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C의원 역시 "혁신안 자체는 내용이 좋지만, 그걸 관철하는 방식에서 혁신위가 좀 무리를 하고 있다"며 "혁신위원들이 고민하고 토론해서 만든 혁신안의 타당성이 있으면 그걸 당이 받아 안아서 어떻게 집행할 것인가는 지도부의 몫이지 혁신위의 몫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령 "혁신위가 (계파갈등을 조장하는) 분열적 언어를 막을 혁신안을 제시하면 당에서 논의할 수 있지만 개별 인사의 발언까지 접근하면 안 된다"며 "김은경 위원장과 혁신위원들도 고민해야 한다"고 봤다. 

이 의원은 "혁신하려면 불만은 생길 수밖에 없다"며 "그건 내부 논쟁을 하면 된다. 그리고 결국 오늘처럼 관철되지 않는가"라고 했다. 다만 "문제는 정무적 소통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혁신위도 혁신안을 하나씩 던지지 말고 전체적으로 우리 당이 어떤 방향으로 혁신해야 하는지, 이를 위해선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어떤 일을 수행해야하는지 등을 정리하고 토론을 붙여야 한다. 하나씩 던져서 '받네 안 받네' 그 다음에 또 '받네 안 받네' 하면 혁신의 효과가 안 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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