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파리목숨…오송 참사 누가 있든 못 막아" 공무원의 항변
14명이 숨진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담당 공무원들에 대한 강도 높은 징계가 예상되자 일부 공무원들이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항변했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오송 참사 관련해 담당 공무원 징계에 대한 여러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이 중 공무원 A씨가 올린 "이번 사고로 피해자들도 안타깝지만 계속 집 못 가고 재난 대비 근무하는 공무원들도 불쌍하다"는 글로 인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A씨는 "사고 업무 담당자, 공무원들 욕하며 책임지라고 하는데 오송읍 전체에 시설관리 담당자는 1명"이라며 "이것보다 더 업무량 많은 2~3개 업무와 같이하는 것이다. 누가 그 자리에 있어도 못 막는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하차도뿐 아니라 여기저기서 침수됐다고 연락 오는데 몇 분 만에 침수되는 정신없는 상황에 예측이 어려웠을 것"이라며 "전문가들이 '미리 해야 했다'고 하는데 그런 말은 누가 못하나"라고 현장 담당자의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결과론적으로 그 자리는 사고 예방이 아니라 사고 났을 때 책임지고 처벌받기 위한 자리"라며 "담당자는 파면되고 감옥 가야겠지만 사고는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A씨의 게시물에 공무원들은 "공무원들 파리 목숨이다. 운 좋아서 집행유예 나오더라도 파면일 듯" "윗사람들이 총알받이용으로 하급자들 업무 분장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이 정도 대형 사고는 아무리 열심히 일했어도 면책은 힘들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공무원 B씨는 "오송 참사로 담당 공무원에게 금고형을 내리고 법률에 따라 퇴직시킨다면 앞으로 재난부서 발령 나는 직원들은 전출·휴직·병가 등으로 기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6개월 간격 신규 직원으로 메우는 상황이 발생하고 재난대처능력은 점점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5일 집중호우로 인해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미호강에 설치된 임시 제방이 무너지면서 인근 궁평2지하차도를 빠르게 덮쳤다. 이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치는 등 23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오송 참사에 대해 일각에서는 홍수경보가 내려진 뒤에도 4시간 동안 지하차도 주변 차량 통제나 안내가 없던 점, 미호강 주변 공사로 허물어진 제방을 허술한 임시 제방으로 만들어 둔 점 등을 지적하며 예방할 수 있는 사고를 막지 못한 인재(人災)라는 지적을 내놨다.
한편, 지난 2020년 7월 23일 오전 9시30분쯤 부산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물이 차기 시작했지만 별다른 통제 조치가 없어 차량 7가 침수돼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부산 동구 부구청장이 1년 2개월 실형을 선고받는 등 관련자 11명이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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