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0년까지 태풍·폭우 피해 최대 연 26조, “기후재정 늘려야”
최근 폭우 피해가 잇따르면서 이른바 ‘기후 재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역의 사정을 잘 아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1% 증가하면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비용이 1.6%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후적으로 피해 복구에 비용을 쏟아붓기보다 미리 기후 재정을 투입해 선제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 재정이란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하천 정비, 빗물 저류조 설치 등 모든 자금 지원을 의미한다.
18일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등 연구팀에 따르면 2060년까지의 강수량 예측치를 토대로 한국의 경제적 피해 비용을 추정한 결과 연간 최대 피해 규모가 26조4000억원(209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국내 총생산(GDP) 전망치의 1.03%에 해당하는 액수라고 홍 교수는 설명했다. 2002년 태풍 루사로 인한 물적 피해 규모가 6조원이었는데 앞으로 그 4배 이상의 경제적 피해가 한해에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2001~2012년까지의 16개 시도별 강수량과 불투수층 면적, 하천 연장 길이, 재정자립도 등을 토대로 향후 경제적 피해 규모를 추정했다. 그 결과 연간 강수량이 1% 증가하면 경제적 피해 비용은 무려 4.52%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비가 내릴 때 수분 침투가 어려운 불투수층이 1% 증가할 경우 피해 비용이 1.74% 늘었다.
흥미로운 건 재정자립도와의 연관성이다. 지방재정이 튼튼할수록 피해도 줄어들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향후 가장 비가 많이 올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강원ㆍ인천ㆍ서울ㆍ경기순이었지만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가장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강원ㆍ전북ㆍ전남ㆍ충북이었다. 수도권은 재정 상황이 다른 지역에 비해 좋기 때문에 더 많은 비가 오더라도 피해가 덜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재정자립도가 낮고 연평균 강수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일수록 자연재해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태풍 루사 당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강원도는 앞으로도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피해가 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피해 규모는 지역내총생산(GRDP)의 14.17%였는데 앞으로도 최대 피해 규모 예상치가 GRDP의 8.51%에 달했다. 전북은 최대 피해액이 GRDP의 7.65%였는데 이는 태풍 루사 때(전북 GRDP의 2.01%)의 3.8배다. 반대로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1% 증가하면 피해비용이 1.59% 감소했다. 국내에서 지역별 기상자료를 이용해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비용을 추정하고 예측한 건 이 연구가 최초다. 그만큼 자연재해를 예측하고 관리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시사한다.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한국에서 발생하는 자연 재해의 93%는 태풍이나 집중호우로 인한 물 관련 재해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동안 자연재해로 3조7000억원의 재산 손실이 발생했는데, 이 중 3조4000억원이 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피해였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기후 재정 도입을 더이상 미뤄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중앙일보와 전화통화에서 “한반도에도 극한기상 현상이 일상화되고 있는 만큼 기후 변화가 경제를 흔드는 '기후 불황'에 대비해야 한다"며 “특히 각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지원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자연재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각 지역 상황에 맞게 기후 재정을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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