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곡물협정 중단 후폭풍…"나토와 러 함대 직접 맞설 수도"
러시아가 흑해 곡물협정의 종료를 결정함에 따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 러시아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커졌다는 국방 전문가의 진단이 나왔다.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나토 총사령관은 1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나토가 우크라이나의 곡물선 호위가 필요하다고 결정할 것이란 두려움이 닥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렇게 되면 나토 군함과 러시아의 흑해 함대가 직접 맞서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스타브리디스 전 총사령관은 미 해군에서 37년 간 복무한 뒤 퇴역한 4성 제독 출신이다.
그는 미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선 "나토가 인도주의적 구호를 목적으로 곡물과 비료를 싣고 우크라이나 항구를 오가는 선박을 호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러시아의 이번 결정에도 우크라이나가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을 강행할 경우 나토가 우크라이나 선박의 안전을 위해 호위에 나설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나토군과 러시아군이 직접 대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러시아의 협정 종료 선언 직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흑해를 이용한 곡물 수출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두렵지 않다. 러시아 없이도 흑해를 이용할 수 있도록 모든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고문은 "우크라이나 곡물 운반 선박을 호위하고 안전을 보장하는 국제 무장 순찰대를 구성할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스타브리디스 전 총사령관은 나토와 러시아의 직접 충돌을 우려하면서도 나토에 적절한 역할을 주문했다. 그는 "(나토 군함의) 우크라이나 곡물선 호위는 해야 할 옳은 일"이라고 했다.
이어 러시아가 이번 협정 종료와 함께 우크라이나를 사실상 봉쇄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나토에 중대한 실책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그런 상황이 되면 우크라이나 경제가 파괴되고, 러시아는 공해(公海)에서 선박 운항에 대한 사실상의 거부권을 얻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이번 결정으로 글로벌 곡물 가격 상승과 식량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의 협정 종료 발표 직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T)에서 밀 선물 가격은 17일 한때 2.7% 오른 부셸당(약 27.2kg) 6.80달러를 기록했다. CNN은 "이번 협정 결렬은 글로벌 식량 가격을 올리고 수백만 명을 굶주리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7월 흑해에서 곡물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협정을 맺고 몇 차례 기한을 연장해왔다. 그러나 러시아는 2개월의 기한이 만료될 예정이었던 17일 종료를 선언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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