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가계부채 증가세…"금리 대신 DSR 규제로 풀어야"
[한국경제TV 서형교 기자]
<앵커> 이슈플러스 시간입니다. 경제부 서형교 기자 나와있습니다. 서 기자, 오늘 들고 온 주제는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죠?
<기자> 네,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의 경우 절대적인 규모도 크지만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점이 문제로 꼽히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세계 2위 가계부채 증가세, 원인과 대책은 무엇인지’를 주제로 다뤄보겠습니다.
<앵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는 어제오늘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우리경제의 시한폭탄'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데, 실제로는 어떤 수준입니까.
<기자> 네, 먼저 화면 하나 보면서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나타낸 그래프인데요. 한국의 경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012년 77.3%로, BIS가 집계하는 주요 43개국 가운데 14위였습니다. 그런데 2010년대 후반 들어 가계부채 규모가 급증하더니 지난해 이 비율이 105%까지 올랐습니다. 주요국 가운데 스위스, 호주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데요. 반면 G20 국가의 평균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보면 60% 안팎에서 큰 움직임이 없는 모습입니다. 오히려 최근 3개년만 보면 2020년 69.5%에서 2022년 62.2%로 줄었거든요.
다음 화면 보시죠. 이 표는 주요국의 가계 부문 DSR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DSR은 13.6%로 호주에 이어 주요국 가운데 2위에 해당합니다. 연간 1억원을 버는 사람이 있다면 그중 1360만원은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만 고스란히 들어간다는 얘기인데요. 미국과 일본의 DSR과 비교하면 두 배 수준입니다. DSR 수치도 세계 2위인데, DSR이 올라가는 속도 역시 호주에 이어 세계 2위입니다. 2021년 12.8%에서 지난해 13.6%로 0.8%포인트 올랐거든요. 가계부채 규모가 커지는 동시에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앵커> 금리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올해 초까지만 해도 가계부채가 조금 줄어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최근 들어 다시 크게 늘어나고 있죠?
<기자> 네, 맞습니다. 은행권 가계대출 추이를 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감소세를 보이다가 4월부터 증가세로 바뀌었습니다. 특히 지난달에는 5조9000억원이 늘었는데, 증가 폭은 1년 9개월 만에 최대였습니다. 두드러지는 건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인데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한 달 새 7조원가량 늘었는데, 증가 폭이 2020년 2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대였습니다.
<앵커>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절대적인 규모도 크고 증가세도 빠르다는 얘기군요. 그런데 경제 규모가 커지면 가계부채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것 아닙니까? 어떤 문제가 있는 겁니까?
<기자> 먼저 단기적으로는 금리 상승기에 금융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하면서 가계대출 연체율도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인데요. 은행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지난 1분기 말 기준 0.31%인데, 금융권에선 2분기에 연체율이 더 올라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가계부채는 장기적으로 성장 둔화와 불평등을 키우는 요인입니다. 앞서 우리나라 DSR이 13.6%로 세계 2위라고 했는데, 그만큼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 본인의 소득을 많이 쓰고 있다는 얘기거든요. 가계부채 때문에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서 민간소비를 제약할 수 있는 겁니다. 또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부동산 같이 생산성이 낮은 분야에 집중돼 있잖아요. 이 역시 성장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문제가 노인빈곤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고도 지적하는데요. OECD 국가 가운데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이와 관련된 전문가 의견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허준영 /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 우리보다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나라들, 예를 들어 호주나 스위스에 비해선 연금 부분이 약한 게 사실입니다. 소득이 은퇴한 후로 그런 나라에 비해 약해질 가능성이 크고, 결국 소득은 줄어드는데 부채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앵커> 원인을 알아야 대책을 세울 수 있을 텐데요. 우리나라에서 유독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난 이유는 무엇입니까? 원인에 대한 분석도 있습니까?
<기자>
한국은행은 가계부채가 증가한 원인으로 크게 네 가지를 언급했는데요. 먼저 은행 입장에선 기업대출보다 수익성과 안정성이 높은 가계대출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데, 자본 규제가 이를 부추겼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미국과 캐나다 같은 주요국이 2010년대 초반에 DSR 규제를 도입한 반면 우리나라는 2019년 12월이 돼서야 DSR을 활용하기 시작했는데요. 이마저도 전세자금대출이나 중도금 대출, 1억원 이하 신용대출 등은 DSR 규제에서 제외된다는 점도 가계부채 증가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또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2012년 23조원이었던 게 작년 말 188조원으로 10년 새 8배가량 늘어났는데, 이 역시 눈여겨볼 만한 요인입니다.
<앵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금통위에서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하기도 했는데,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까.
<기자> 한국은행은 전세대출 보증한도를 조정하고 DSR 예외대상을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요. 전세대출의 경우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 같은 보증기관에서 최대 100% 보증을 제공하기 때문에 은행이 책임질 리스크가 거의 없거든요. 이것이 무분별한 대출로 이어지면서 갭투자 자금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래서 전세대출 보증 대상을 저소득층, 청년층, 다자녀가구 같은 구매력이 낮은 가구에 한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는데요. 또 전세대출과 중도금 대출처럼 현재 DSR 산정 때 제외되는 항목들도 점진적으로 모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실 이런 거시건전성 대책 외에 통화정책도 보완적으로 활용해야 하는데요. 일각에서 "가계부채 문제 잡으려면 금리 인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사실 기준금리를 올리면 가계대출 외에 기업대출이나 부동산 PF 등 경기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거든요. 아무래도 경기침체나 금융 불안정 우려가 있다 보니 금리보다는 DSR 규제 등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이슈플러스 경제부 서형교 기자였습니다.
서형교 기자 seogyo@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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