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감 고조된 롯데, 하반기 경영 전략은 ‘지속가능한 성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컬 상무. 롯데 제공

지난해 13년 만에 재계 순위 5위에서 6위로 밀려난 롯데그룹이 하반기에도 위기의식을 갖고 지속가능한 성장 모색에 나섰다. 상반기 국내외 경제 위기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상시적 위기(Permacrisis)’에 대응을 주문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하반기에는 해외사업과 효율적 투자 집행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강조했다.

롯데그룹은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2023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을 열고 그룹 경영 및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신 회장,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 각 사업군 총괄대표, 계열사 대표, 롯데지주 실장 등 80여명이 함께했다.

신 회장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도 참석했다. 신 상무는 최근 일본 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로도 선임됐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VCM에도 동참하면서 3세 경영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지난해부터 지난 1분기까지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2분기부터 지난 1분기까지 4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고물가와 소비 침체가 겹치면서 백화점 성장세도 주춤한 모양새다. 최근에는 이완신 호텔군HQ 총괄대표 겸 롯데호텔 대표(사장)가 취임 7개월 만에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하면서 공석이다.

대내외 위기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VCM에서 지정학적 불확실성 증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저성장 기조, 디지털 변혁 등 기업 경영 환경 변화를 촉진하는 외부 요인을 점검하고 지속 성장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가 상반기 경영 실적을 공유하고 해외 사업 전략, 효율적 투자 집행 등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헬스 앤드 웰니스, 모빌리티 등 롯데가 추진하고 있는 신성장 동력 육성 현황과 계획도 이번 회의에서 공유됐다.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바이오 분야의 투자 계획이 눈에 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 글로벌 톱10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비전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3개 메가 플랜트, 총 36만ℓ의 항체 의약품 생산 규모를 국내에 갖출 예정이다. 메가 플랜트 거점으로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낙점하고 바이오 의약품 생산 시설을 빠르게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롯데헬스케어는 헬스케어 플랫폼 ‘캐즐’도 오는 9월 오픈한다. 케즐은 유전자 검사, 건강 검진 등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라 건강기능식품, 운동용품, 맞춤 식단 등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롯데정보통신을 중심으로 자율주행셔틀과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 사업 역량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주요 사업군마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도 제시했다. 식품군은 기존 사업 밸류체인 고도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 글로벌 사업 확장, 푸드 테크를 활용한 미래성장 동력 확보 방안을 밝혔다.

유통군은 ‘고객의 첫번째 쇼핑 목적지’라는 비전 달성을 위해 라이프스타일, 그로서리, 데이터 커머스 등 포트폴리오 고도화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화학군은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과 전지소재사업 및 수소암모니아 등 신사업 육성전략을 공유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