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생존율 높아도 합병증 피하려면 수술은 신중해야…"
-갑상선암의 발생률이 높은 까닭은?
갑상선은 초음파만 갖다 대면 보이는 위치에 있다. 원래도 종양은 발견이 쉬웠지만, 초음파 장비의 발달 덕분에 더 쉬워졌다. 이제는 1cm 미만의 종양도 정밀하게 잡아낼 수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의료 접근성이 좋다. 초음파검사를 받는 사람이 많으니 진단 사례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외에 주변 환경이나 식습관으로부터 노출되는 자연적인 방사선의 증가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과잉진단이라는 비판이 있던데?
과잉진단이라는 비판이 있었기 때문에 과잉치료가 줄었다. 과거엔 종양 있으면 무조건 세포 검사를 했고 암으로 진단되면 갑상선을 전부 절제한 것도 모자라 방사성 요오드 치료까지 적용했다. 순한 암도 모두 똑같이 조치했다는 게 난센스였다. 그런데 최근엔 조기에 진단해서 경과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가족력이 있거나 림프절 전이가 의심스러운 경우가 아니라면 세포 검사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진단에는 어떤 검사가 필요한가?
초음파 검사를 하다가 의심스러운 결절이 발견되면 세포 검사를 시행한다. 세포 검사는 조직 검사와 다르다. 위암이나 대장암 같은 경우에는 내시경으로 직접 결절을 관찰하고 굵은 포셉(생체조직을 추출하는 의료용 기구)으로 조직을 뜯어낸 다음 검사한다. 이 방법이 갑상선암 확진법이다. 반면 세포 검사는 주사기 바늘 등으로 세포를 흡인해서 검사하는 방법이다. 확진법이 아니라서 재검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왜 조직검사는 하지 않나?
갑상선이 피부 밑에 위치한 혈관 덩어리와 마찬가지이다 보니 조직 검사를 하는 게 위험하다. 또 조직검사와 세포검사의 정확도에 별 차이가 없다는 보고가 있어서 통상적으로 세포검사를 실시한다.
-결절이 암일 확률은 어떻게 되나?
5% 정도다. 세포 검사 결과는 암, 암 의심, 비정형세포, 양성, 검체 불충분 등으로 나온다. 암이거나 암이 의심되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문제는 비정형 세포인데 이게 악성인지 양성인지 정확히 모른다는 뜻이다. 비정형 세포가 암일 확률은 15% 정도다. 그래서 다시 세포 검사를 한다. 암이나 양성이 나오면 진단이 끝난 거고 비정형 세포가 나오면 15%의 확률이 두 번이나 나왔기 때문에 암일 가능성이 더 큰 것이다. 이런 경우엔 수술로서 확진하기도 한다.
-양성은 언제 치료해야 하나?
양성종양의 치료 원칙은 경과 관찰이다. 대부분 갑상선의 기능 이상을 초래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퍼지지 않으며 매우 천천히 자란다. 그런데 종양의 크기와 위치가 좋지 않으면 수술을 고려하기도 한다. 예컨대 3~4cm의 종양이 갑상선 표면에 위치해 목이 볼록 튀어나와 미용상 문제를 야기한다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식도나 기도 인근에 있어 이물감이나 기능 이상을 유발할 때도 마찬가지다.
암의 기원세포나 분화 정도에 따라 유두암, 여포암, 수질암, 미분화암 등으로 나뉜다. 갑상선이라는 장기가 참 신기한 게 사람이 걸리는 암 중에 예후가 제일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갑상선암 환자 중 95%가 걸리는 유두암은 사망률이 0%에 가깝다. 그런데 극히 일부에서 발생하는 미분화암은 사람이 걸릴 수 있는 암 중에 가장 무섭다. 생존율과 평균 생존 기간이 매우 낮다.
-양성종양 암이 될 수도 있나?
매우 드물다. 간혹 커다란 양성종양 속의 암이 발견되지 않을 순 있지만, 양성이 분명한 결절이 자라서 암이 되는 경우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양성종양이 암이 될 수 있으므로 고주파 치료나 수술을 권유한다면 공포 마케팅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무조건 갑상선을 모두 제거한 뒤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적용했다. 그런데 지금은 먼저 ‘적극적인 관찰’을 고려한다. 악성이어도 종양의 크기가 작고 다른 위험 인자가 없으며 환자가 병원에 쉽게 올 수 있는 환경이라면 적극적인 관찰을 적용한다.
마지막으로 종양이 크거나 갑상선 양쪽에 다발성으로 있고 림프절 전이가 발생했다면 전부 절제한다. 이 경우엔 평생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한다. 림프절 전이 정도가 더 광범위하다면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추가한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란 암세포에 요오드를 먹인 후 방사선을 방출해서 제거하는 방법이다.
-수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들이 있나?
제일 위험한 건 출혈이다. 드물긴 하지만 갑상선암 수술 후 출혈이 발생했다면 초응급이라 볼 수 있다. 기도 압박으로 환자가 숨을 못 쉬기 때문이다. 묶여버린 혈관이 강한 기침 등으로 파열될 수 있기 때문에 전공의들 교육할 때 항상 당부하는 내용이다. 출혈 외에는 수술 과정에서 성대의 되돌이후두신경이 손상돼 목소리가 쉴 수 있다. 또 갑상선 인근 팥알 크기의 부갑상선이나 그걸 먹여 살리는 혈관이 손상되면 저칼슘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합병증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합병증은 어쩔 수 없이 발생한다. 앞서 설명한 합병증 발생 비율이 1~2% 정도면 수술을 아주 잘하는 의사로 통한다. 그런데 환자 입장에서는 ‘왜 하필 나에게’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수술하는 게 중요하다. 기능상 문제를 유발하지 않는 양성종양은 수술할 필요가 없다.
-로봇 수술이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는지?
그런 건 아니다. 로봇으로 했을 때 신경 손상이 덜 하다거나 재발률이 낮다거나 하는 보고는 없다. 그런데 로봇 수술은 침습 부위가 작다보니 흉터의 크기도 작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비용이 비싸고 대기 기간도 길다.
문헌상 20~40%로 보고된다. 다만 이는 갑상선암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생존해서 오래 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암이 워낙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10~15년 후에 재발한 사례도 모두 반영된 결과다. 대부분 재발해도 수술이 용이한 상태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너무 방심만 하지 않으면 된다.
-수술 후 먹지 말아야 할 것이 있나?
그런 게 있으면 알려주고 싶다. 없으니까 얘기를 못 한다. 요오드를 이유로 해조류를 많이 또는 적게 먹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근거는 없다. 단 이런 건 있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 2주 전부터는 요오드 제한 식이를 따라야 한다. 갑상선이 요오드를 갈구하게 만들어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조치다. 그런데 환자들이 매우 힘들어한다. 해조류뿐만 아니라 천일염이 들어간 김치나 일반 빵도 못 먹는다. 이게 와전돼서 갑상선암 수술 후엔 미역, 김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평생 상관없다.
-수술 후 갑상선 호르몬제는 평생 먹어야 하나?
갑상선을 모두 절제했다면 그렇다. 평생 복용해도 부작용은 없지만 복용하지 않으면 갑상선 기능 저하증 상태가 된다. 오래 지속되면 위험할 수 있다. 반절제를 했다면 갑상선의 기능에 따라 다르다. 주기적인 혈액검사를 통해 복용량을 맞춰야 한다. 보통 나이 들면서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일상에서 갑상선암을 의심할만한 증상은 없나?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갑상선암 역시 증상이 나타난다면 상당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가장 흔한 증상이라고 하면 목 쪽의 흉쇄유돌근에서 만져지는 결절을 꼽을 수 있다. 다만 이 경우도 운 좋게 종양이 표면 쪽에 생겼을 때에나 가능하다. 종양이 커져서 성대 신경을 누르면 쉰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초음파 검사 주기는 어느정도가 좋은가?
갑상선암은 전 연령대에서 발생한다. 30~40대는 물론 20대에서도 발생한다. 그러나 언제부터 초음파검사를 해야 할지에 관한 객관적인 데이터는 없다. 현재로서는 여건이 된다면 한 번 받아보고 그 뒤 수년 동안은 받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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