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에 또 설화…김의겸 "나라 운명 지하차도로" 홍준표 "골프 안되나"
집중호우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정치권 설화(舌禍)도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청주 오송 지하차도 사고에 빗댔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행동과 말은 우리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궁평 지하차도로 밀어 넣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발언했다.
이에 당 안팎에서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를 정쟁에 이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자 김 의원은 단 8시간 만에 고개를 숙였다. 그는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비판하며 부적절한 언급을 한 것은 제 불찰”이라며 “윤 대통령의 대(對) 러시아 정책의 위험성을 강조하려던 마음이 앞서 유가족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거듭 사과드린다”고 적었다.
한겨레 기자 출신인 김 의원은 문재인 청와대 대변인을 거쳐 21대 국회에서도 민주당 대변인을 지냈으나 잇단 구설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관련 증언자가 경찰에서 “거짓말이었다”고 진술하자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며 스스로 물러섰다. 올해 3월엔 검찰에 기소된 이재명 대표의 당직 유지 결정을 한 당무위원회 결과를 전하면서 “반대 없이 통과됐다”고 말했다가, 기권한 전해철 의원의 항의를 받고 브리핑을 번복했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에서 “어떻게든 윤석열 정부를 흔들려는 정치공세인 건 알겠는데, 소중한 가족을 잃고 슬픔에 빠진 유족의 아픔까지 이용해야 했는지 묻고 싶다”며 “재난을 정쟁의 무기로 쓰는 나쁜 버릇”이라고 했다.
그러나 여권에서도 엇비슷한 설화가 일어났다. 전국에 집중호우가 내리던 15일 골프장을 찾았던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은 17일 페이스북에 “주말에 테니스 치면 되고, 골프 치면 안된다는 그런 규정이 공직사회에 어디 있나”라고 항변했다. 이어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다는 지적에 동의 못하냐’는 취재진 질문에 외려 호통을 치면서 “기자들이나 눈높이에 맞게 질문 좀 하라. 이것이 어느 시대 법이냐. 주말에 공무원은 자유롭게 개인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기현 대표는 관련 사안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자신의 지역구인 충남 청양 수해 현장에서 ‘특별재난지역 선포 검토’를 언급한 김기현 대표를 향해 “박수 한 번 달라”고 말했다가 주민의 반발을 샀다.
지난해 8월에도 국민의힘에선 김성원 의원이 수해 복구 자원봉사 현장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해 ‘당원권 6개월 정지’ 중징계를 받았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든 야든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도 상대편을 공격하고 자신을 방어하기에 급급한 게 우리 정치의 민낯”이라고 꼬집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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