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플랫폼 내건 SK바이오팜 "빅 바이오텍 될 것…29년 19兆 가치 기업 목표"(종합)

이춘희 2023. 7. 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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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 기자 간담회
"엑스코프리, 미국 1위 뇌전증 치료제 될것"
CGT·RPT·TPD 3대 플랫폼 확장 계획
이동훈 "빵이 아니라 제빵기계 팔겠다"

SK바이오팜이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를 시장 내 1위 제품으로 만들고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방사성의약품치료제(RPT), 표적단백질분해(TPD) 등 3대 차세대 플랫폼으로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올 4분기 분기 흑자로 전환하고 2026년에는 기업가치를 19조원까지 키워내겠다는 목표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이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춘희 기자]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엑스코프리의 성장 가속화, 제2의 상업화 제품 인수, 혁신 신약 개발 플랫폼을 통한 유망기술 확보 등을 통해 글로벌 톱 수준의 ‘빅 바이오텍(Big Biotech)’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빅 바이오텍은 높은 현금창출력을 기반으로 활발한 비유기적 성장을 통해 혁신 기술을 도입하고 지속해서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그는 "종합 제약사(FIPCO)는 느리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한물간 개념"이라며 "'개발 중심 바이오 벤처(NRDO)를 내세운 길리어드 사이언스, 메신저 리보핵산(mRNA)으로 백신을 만든 회사(모더나)처럼 자사 신약으로 안정적 현금흐름을 창출하면서도 빠르게 의사 결정할 수 있는 균형 잡힌 빅 바이오텍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뇌전증 시장 1위 향해가는 엑스코프리 "매출 총이익률 90% 넘어"

성장의 핵심인 엑스코프리는 지난 3월 처음으로 미국 내 월간 총처방수(TRx) 2만건을 넘어서는 등 확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내년 중으로는 월간 TRx 3만건 달성, 연간 기준 손익분기점 돌파까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현재 미국 내에서 엑스코프리는 벨기에 UCB제약의 3세대 치료제 ‘브리비액트’에 이어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브리비액트의 TRx 역시 내년 중 넘어서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2029년 엑스코프리의 실적을 미국 연간 매출 10억달러(약 1조2700억원), 영업이익 6억달러(약 7600억원)로 각각 전망한 상태다.

수익성에 대한 기대도 크다. 이 사장은 "엑스코프리의 매출 총이익률(GPM)이 90% 중반"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판매를 미국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직접 맡는 직판 구조와 SK팜테코 세종 공장이라는 그룹 내 생산 체제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사장은 이어 "미국은 처방 의약품의 TV 광고가 가능하고, 환자들이 의사에게 특정 약을 처방해달라고 하기 쉽다"며 "우선 대면 영업을 통해 신규 처방을 늘리고, TV와 온라인 커머셜까지 이어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판매명 엑스코프리)' [사진제공=SK바이오팜]

또한 엑스코프리의 특허 만료가 2033년으로 예상되는 만큼 성장세를 잇기 위한 후속 신약을 2026년까지 내놓는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이 사장은 "중추신경계 질환(CNS) 계열을 보고 있다"며 "뇌전증에서 확장되는 여러 질환 영역과 관련해 임상 후기 단계에 있어 3년 내 상업화가 가능한 제품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3대 플랫폼 통한 영역 확장…2026년 임상 진입 목표

기존 자산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술 플랫폼 도입도 순조롭다. TPD·RTP·CGT라는 3대 기술 영역을 선정한 가운데 그룹 내 연계를 통해 파트너도 이미 갖춘 상태다. 이 사장은 "자산을 빵으로 표현한다면, 앞으로 하고 싶은 건 빵을 만드는 게 아니라 제빵기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자산에 플랫폼을 더하고자 한다"고 역설했다.

"단백질 분해 기술로, 암세포도 단백질인 만큼 암세포를 갈아버리는 것"이라고 표현한 TPD는 미국 프로테오반트 사이언스를 통해 플랫폼 확보가 이뤄진다. 2020년 SK㈜와 미국 로이반트 간에 설립된 합작사로 당시 SK㈜가 지분 40%를 확보했고, 최근 SK바이오팜이 나머지 지분 60%를 전량 인수하면서 SK그룹의 완전 자회사가 됐다. 이번 인수로 2세대 TPD 기술인 '분자접착(molecule glue)' 기술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미국 내 연구 거점을 확보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방사성의약품치료제(RPT) 개념도 [이미지출처=SK바이오팜]

이어 암세포에 핵폭탄을 던지는 것이라고 표현한 RPT는 SK㈜가 이미 투자를 단행한 원자력 벤처기업 테라파워에서 생산하는 방사성 동위원소 '악티늄-225(Ac-225)'가 사업의 핵심이 된다.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4개국에 대한 Ac-225의 독점 공급 계약을 맺은 상태다. 이 사장은 "지난해 나온 노바티스의 RPT 의약품 '플루빅토'는 방사성 동위원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면서 기대 매출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그만큼 방사성 동위원소를 구하기 어렵지만 우리는 이를 구하기 쉽다"고 강조했다.

CGT는 SK㈜의 위탁개발생산(CDMO) 자회사 SK팜테코가 프랑스 이포스케시, 미국 CBM 등 CGT 전문 CDMO를 인수 또는 투자하며 생산 능력을 확보한 상태다.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물질을 SK팜테코가 생산하고 SK라이프사이언스가 판매하는 구조로 그룹 내 시너지를 낸다는 구상이다.

이들 3대 영역의 선택에는 SK㈜와 함께 꾸린 신약 개발 태스크포스(TF)가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에서는 장동현 부회장, 김연태 바이오투자센터장 등이, SK바이오팜에서는 이동훈 사장과 유창호 전략&투자부문장, 최태원 SK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전략투자팀장 등이 가세해 꾸려진 TF다.

선택의 요인에는 '미래성'이 크게 작용했다. 이 사장은 "당장 뜨거운 데에 들어가면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항체의약품, 항체-약물접합체(ADC)에 들어가는 건 너무 늦었다"며 "화이자가 ADC 업체 시젠을 430억달러(약 54조원)에 샀듯이 5~7년 후에 이렇게 팔릴 기술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 만큼 이를 통한 신약 개발은 2026년까지 2~3개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입이 1차 목표로 설정됐다. 이 사장은 이어 "엑스코프리에 이어 두 번째 상업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기 전까지 실제 상용화 제품을 내놓는 게 큰 틀에서의 목표"라고도 부연했다. 이를 고려하면 향후 2030년대까지를 내다본 미래지향적 결정으로 풀이된다.

3대 영역 개발을 위한 자금 여력도 충분하다고 누차 강조했다. 이 사장은 "우리 현금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며 추가로 "제빵 기계를 만드는 건 빵을 2개 만들면 하나는 팔기 위한 것"이라며 "일부는 기술 수출해 돈이 들어오게 해 현금 흐름의 선순환을 계속 창출해내려 한다"고 짚었다.

SK바이오팜의 성장 전략 로드맵 [이미지출처=SK바이오팜]

이를 통해 SK바이오팜은 안정적 현금 창출력과 3가지 신규 모달리티(치료 접근법)를 통해 2026년까지 150억달러(약 19조원)의 가치를 가진 글로벌 빅 바이오텍으로 성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더해 추가 자산 또는 기업의 인수·합병(M&A)도 들여다보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나왔다. 이 사장은 "지금은 자금 여력이 없는 바이오텍들에는 위기이지만 우리처럼 제품을 통해 현금 흐름이 발생하는 기업에는 기회"라며 "내후년 초까지가 싸게 '줍줍'을 할 수 있는 최대의 기회인 만큼 이를 놓치고 싶지는 않다"고 전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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