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기대주⑤] 럭비 정연식 “머리 기르고 싶어 시작한 운동, 꼭 금메달 따올게요”
국가대표로 오는 9월 개막하는 항저우아시안게임 참가 예정
“아시안게임 금메달, 파리서 다시 한 번 올림픽 출전 목표”
한국 남자 럭비는 지난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투혼을 보이며 감동을 안겼다.
1923년 럭비가 국내에 도입된 이래 98년 만에 올림픽 진출이라는 꿈을 이룬 럭비 대표 선수들은 비록 12개국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온몸을 던지는 투혼과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며 ‘아름다운 꼴찌’라는 찬사를 받았다.
특히 대표팀 ‘날쌘돌이’ 정연식(현대글로비스)은 세계 랭킹 2위 강호 뉴질랜드를 상대로 역사적인 올림픽 첫 득점에 성공하며 한국도 세계적인 강호들을 상대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최근 인천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만난 정연식은 “올림픽 때 많은 분들이 럭비를 접하시고 인지하셨다는 부분이 지금까지 럭비를 하면서 가장 보람 됐던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정연식은 중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럭비를 시작했는데 그 이유가 재밌다.
그는 “중학교 때 선생님이 럭비를 하면 두발자유를 준다 해서 시작하긴 했다. 하지만 하다보니까 럭비 매력에 빠져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현재 정연식의 100m 기록은 11.03으로 대표팀서 가장 빠른 선수로 알려져 있다. 다른 운동을 했어도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높았지만 그의 선택지에 럭비 외에는 없었다.
그는 “육상을 초등학교 때 잠깐 했었는데 나랑은 좀 안 맞았던 거 같다. 럭비를 하면서 다른 스포츠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던 거 같다”고 강조했다.
정연식이 느낀 럭비의 매력은 ‘남자다움’이다.
그는 “정말 원초적인 무언가가 있는 거 같다. 선수들이 공 하나를 차지하기 위해 몸과 몸을 부딪치고 달리고 그러면서 거칠고 남자다운 매력이 나오는 것 같다”며 “또 득점을 하는 독주 장면에서의 스피드와 페인팅 모션은 정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 내가 럭비에 빠진 이유”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정연식이 매력을 느낀 이 럭비는 국내서 대표적인 비인지 스포츠다.
이웃 국가 일본만 해도 등록선수는 10만 명에 이른다. 반면 한국은 중고교 학생 선수를 합쳐도 1000명이 안 된다. 실업팀은 단 3개에 불과했다가 올해 OK금융그룹 읏맨 럭비단이 창단하며 지난 2013년 이후 10년여 만에 4개 실업구단 시대를 맞이했다.
한 때 일본서 선수 생활을 했던 정연식도 열악한 국내 럭비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정연식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국가대표 경기들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응원도 해주시지만 그에 반해 국내 리그는 아직까지 관심이 덜 한 것 같아 조금 속상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가 선수생활을 했던 일본 리그에는 16개 팀이 있었고, 2부리그와 3부리그까지 있다”며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실업팀만 4팀이 있고 상무까지 해야 5팀이다. 일본 리그는 점점 발전되고 수준도 높아지고 있어서 지금은 세계적인 선수들도 용병으로 많이 와 경기를 하고 있다”며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정연식은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일본 프로 소속팀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내 팀으로 이적했다.
그는 태극마크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우리나라 국가를 대표하고 대한민국 럭비인들을 대표해 그 사람들 몫까지 뛰는 것이기 때문에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다만 항상 책임감이 따르기 때문에 부담도 된다”고 말했다.
태극마크에는 항상 책임감이 따른다는 그는 오는 9월 열리는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다시 한 번 감동을 안긴다는 각오다.
장연식은 “작년과 재작년에 도쿄올림픽과 7인제 월드컵을 통해 많은 경험과 자신감을 쌓았다. 목표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더 나아가 내년 올림픽 진출권을 따내는 게 올해 목표다”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꼭 금메달을 따서 11월에 있을 파리 올림픽 예선전 밑거름을 제대로 하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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