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생선에 빗물 먹으며 두 달…태평양 표류하다 극적 구조된 남자

태평양에서 악천후 만나 통신 시스템 망가져
반려동물과 함께 표류하며 버텨…"건강 양호"

호주에서 한 남성이 태평양 한가운데서 반려견과 함께 두 달 동안 표류하다가 극적으로 구출됐다.

17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시드니 출신의 팀 섀독(51)은 지난 4월 반려견 '벨라'와 함께 쌍동선을 타고 멕시코 해변도시 라파스에서 출발해 약 5000㎞ 떨어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로 향했다. 쌍동선은 선체가 2개인 배다.

그러나 섀독은 출발한 지 몇 주 만에 태평양 한가운데서 악천후를 만났다. 폭풍우로 인해 배가 일부 파손된 것은 물론 통신 시스템까지 망가졌다. 이에 섀독과 벨라는 표류하게 됐고, 이들은 날생선을 먹고 빗물을 마시며 살아남았다.

팀 섀독과 반려견 벨라. [이미지출처=트위터·연합뉴스]

다행히 그가 탄 배에는 낚시 장비 등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도구가 구비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낮에는 배에 설치된 캐노피 아래로 들어가 더위를 피했다.

이후 섀독과 벨라는 지난 12일 멕시코 해안에서 어선 활동을 감시하던 헬리콥터에 의해 발견됐다. 근처에 있던 참치 어선이 즉시 섀독과 벨라를 구조했다. 구조 당시 섀독은 태양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2개의 모자를 쓰고 있었고,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모습이었다. 벨라는 꼬리를 흔들며 구조대를 반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나가 섀독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 의사는 그가 크게 다치지 않았으며 "건강한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섀독은 구조 직후 팔에 혈압계를 차고 활짝 웃는 모습을 보였다.

섀독 또한 "난 매우 건강하다"며 "난 바다에서 매우 힘든 시련을 겪었고 오랫동안 혼자 있었기 때문에 휴식과 좋은 음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멕시코에서 정밀 검사를 받은 뒤 필요한 경우 추가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바다에 표류했다가 구조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1월에는 24일 동안 토마토케첩으로 연명하며 카리브해를 표류하던 한 남성이 콜롬비아 해군에 구출되기도 했다.

이 남성은 항구에서 돛단배를 수리하던 중 악천후로 바다에 떠밀려갔다. 그러나 이후 지나가는 여객기를 향해 거울로 햇빛을 반사해 신호를 보냈고, 여객기가 이를 포착해 당국에 신고하면서 그는 구조될 수 있었다. 그는 "가진 것이라곤 배 위에는 케첩 한 병과 마늘 가루, 육수용 큐브뿐이었다"며 "그것들을 물과 섞어 마시며 버틸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