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대만 與黨 총통후보 미국 경유…미·중 관계 다시 시험대
내년 1월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의 집권 여당 후보인 라이칭더(賴淸德·64) 대만 부총통이 내달 경유 형식으로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에 중국이 즉각 반발하고 나서 회복 추세인 미·중 관계가 다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라이 부총통은 내달 15일 거행되는 산티아고 페냐 신임 파라과이 대통령 취임식에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특사 자격으로 참석한다고 위다레이(兪大㵢) 대만 외교부 차관이 17일 발표했다. 위 차관은 “부총통은 이미 10차례 미국을 경유했고 이번이 11차례로 이미 관례”라며 “불필요한 소란을 일으킬 원인도 이유도 없다”고 단언했다.
중국은 그러나 반발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중국은 어떤 형식으로든 미국과 대만의 공식 왕래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이미 미국에 엄정한 교섭(항의)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 문제는 중국 핵심 이익 중의 핵심으로 중·미 관계가 넘어설 수 없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며 “중국은 사태 발전을 밀접히 살펴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정(完整·통일)을 수호하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라이 부총통의 미국 일정과 접촉 인사에 따라 대규모 군사 훈련 등 반발 수위를 높일 수 있음을 경고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관례에 따른 경유로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직접 “열 명의 대만 부총통이 지난 20년 동안 경유했고 이번이 11번째이자 라이 부총통 역시 두 번째 경유”라며 “중국이 이번 통과를 도발적인 행동의 구실로 삼을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지난주 외교 고위 관료인 왕이(王毅)를 만나 미국은 대만해협의 현상을 바꿀 생각이 없고, 정책은 바뀌지 않았음을 공유했다”며 “이번 경유도 전적으로 그 정책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라이 부총통의 경유에 반발할 필요가 없음을 강조한 발언이다.
중국은 지난 1990년대 대만이 민주화된 이후 모든 총통 선거를 앞두고 경고나 군사 위협을 가했지만, 민진당 유권자의 표심을 바꾸는 데는 번번이 실패해왔다. 라이 부총통은 차이 총통보다 더욱 대만 독립성향이 강한 정치 인물로분류되지만, 총통 후보에 지명된 이후 차이 총통의 현상 유지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라이 부총통이 경유할 미국의 도시와 접촉할 인사의 면모가 향후 미·중 관계를 전망할 수 있는 풍향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니스 웡 미국 샘 휴스턴대 교수는 미국의 소리(VOA)에 “바이든 정부는 라이 부총통의 경유를 매우 신중하게 처리할 것”이라며 “미·중 관계의 디리스킹(위험 제거)을 고려해 워싱턴을 피해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려 한다면 워싱턴과 가까운 버지니아나 볼티모어를, 중국에 선의를 보이려 한다면 휴스턴을 경유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이 부총통을 접견할 미국 측 인사도 관심사다. 외교 관례상 미국은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나 국방부 혹은 백악관 안전보장회의(NSC)의 2인자급 인사를 내보내 라이 부총통을 접견해야 하나, 중국을 의식해 보다 신중하게 처리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미 하원의 ‘미국과 중국공산당(중공)의 전략적 경쟁 위원회’ 마이크 갤러거 위원장이나 마이클 매콜 하원 외무위원장을 만날 경우 정치적 의미는 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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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통 후보 3인방 미·일 방문 러시
한편 대만 총통 선거가 반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당 후보들의 미국과 일본 방문도 늘고 있다. 중도파인 커원저(柯文哲) 민중당 후보가 지난 6월에 이미 21일간 미국 전역을 방문한 데 이어 6월 초에는 일본을 방문해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를 만나는 등 외교 행보를 마쳤다. 허우유이(侯友宜) 국민당 후보는 오는 23일 전당대회를 마치고 31일부터 8월 2일까지 일본을 방문해 아소 다로 전 총리 등 정관계 인사를 널리 접촉할 예정이다.
허우 후보는 오는 9월 미국을 방문해 미국 국무부 차관급 인사와의 만남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민진당은 라이 부총통의 이번 미국 경유 일정에 워싱턴 방문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국민당 후보 역시 워싱턴 방문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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