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엄마아빠들... 영국서 무슨 일 벌어지고 있나 [권신영의 해리포터 너머의 영국]
[권신영 기자]
▲ 영국 항소법원이 영불해협을 건너온 난민 신청자들을 르완다로 보내서 심사받게 하는 정책은 불법이라고 판결한 가운데 6월 29일(현지시간) 런던에서 난민 인권 운동가들이 정부의 정책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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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과 법원이 불법이주 법안을 막아선 상황에서 신보수 그룹은 합법적 영역의 이주자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간병인 등 복지 영역 비자, 유학생 비자 그리고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발급하던 비자까지 포함된다. 보수당은 2019년 총선 공약으로 이주자 수를 20만 명대까지 줄이겠다고 했으나 지난해 이주자는 60만 명을 초과한 사상 최대치를 찍은 바 있다.
'신보수'란 대체 누구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들은 국가보수주의(national conservatism)를 기반으로 미국 공화당과 이념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들의 현실 경쟁자는 노동당이다. 하지만 이들은 1980년대 미국 공화당 레이건과 신자유주의를 내세웠던 마거릿 대처, 다름 아닌 자신들의 과거와 경쟁하고 있다.
▲ 지난 3월 18일(현지시간)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엘라 브래버먼 영국 내무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영국 법원은 영불해협을 건너 위험한 여행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난민 신청자들을 르완다로 보내려는 정부 계획이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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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드러난 신보수 그룹의 면면을 보면 대표는 미리암 케이츠(Miriam Cates)와 대니 크루거(Danny Kruger)이고 공식 명단에는 보수당 하원 의원 25명 정도가 있다. 보수당 부대표 리 앤더슨(Lee Anderson), 불법 이주법안을 추진하는 내무장관 수엘라 브래버먼(Suella Braverman)도 있다. 이들은 당과 내각에서의 역할 때문에 압력 단체 속성을 띠는 신보수 그룹에 이름은 올리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다.
위에서 언급된 네 명은 모두 지난 5월 15-17일 런던에서 열린 국가보수주의회의 (national conservatism conference)에 참가했다. 국가보수주의는 2010년대 중반 미국과 유럽에서 결집하기 시작해 2016년 미국에서 첫 대회를 가졌다. 2021년 테드 크루즈(Ted Cruz)와 제이디 밴스(J.D. Vance) 등 트럼프를 지지하는 정치인들이 참여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작년 9월 플로리다 마이애미 회의 때는 유력 공화당 대선 후보인 플로리다 주지사 론 디샌티스(Ron DeSantis)가 참가했다.
국가보수주의자의 사고는 국가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웹사이트에 올린 강령에 따르면 이들은 "보수의 과거와 미래는 (민족)국가와 국가의 독립성"에 있다는 신념으로 " (사회의) 번영을 가지고 오는 힘이 (민족)국가 전통의 부활과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국가보수주의가 비판하는 일차적 대상은 세계화와 자유주의다. 냉전이 붕괴된 1990년대 이후 확산된 개인의 자유 경쟁을 기반으로 한 시장 우선주의다. 이들은 세계화와 자유주의 속에서 각 국가의 독립성이 희석되었고 보수가 위기에 처했다고 판단하고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권한을 갖는 것에 반대한다. 경제적으로는 국가의 경제적 독립을 약화시키는 다국적 기업과 글로벌 시장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보수주의는 사회적 통합의 수단으로 문화적 전통을 강조한다. 이때 전통이란 정치적으로는 분권주의와 법치주의에 기반을 둔 민주주의를 의미한다. 종교적으로는 기독교다. 기독교 정신과 기독교 도덕에 바탕을 둔 공공의 삶을 위해 교육기관에서 성경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적으로는 전통적 가족이다. 자유주의와 개인주의 하에서 결혼과 출산의 감소가 가족의 붕괴로 이어졌고, 민주주의 국가의 위협이 되었다고 파악한다. 이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남성과 여성이 이루는 전통적 가정을 중심으로 부모와 자식 간의 평생 유대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민주주의, 기독교, 가족을 기반으로 한 국가 공동체를 흔드는 존재를 견제한다. 교육기관은 일차적이다. 대부분의 대학이 "자유롭고 세계주의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 이들은 납세자들의 경제적 지지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한다. 이질적인 이주민도 포함된다. 과거 이주민들은 사회적 기여를 했으나 현재의 이민은 다양성을 강조하는 세계화 속에 동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이민의 통제를 주장한다. 인종 문제를 국가를 갈등으로 몰아넣는 원인으로 파악, 온건한 민족주의와 인종간의 화해를 추구한다.
▲ 영국 보수당의 미리암 케이츠 하원 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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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주 통제는 여성에 대한 담론으로 확장된다. 국가보수주의자들의 주장이 현실화되었을 때 만나는 장애물이 노동력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여성의 재생산 능력을 개입시키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이 부분은 현재 진행 중인 낙태권 논쟁과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영국 신보수의 대표인 미리암 케이츠는 이주, 노동, 저출산율을 거칠지만 직접적으로 연결시킨다. 지난 3일 BBC 인터뷰에서 사회 복지 영역의 비자를 줄일 경우 요양소 등 간병 영역에 필요한 노동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복지기관들이 "지역 젊은이"를 고용할 수 있으며 "경제적으로 활동하지 않는 인구가 영국 내 5백만"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에서는 노동력이 충분하다고 밝혔지만 케이츠는 지난 5월 국가보수주의대회 때 영국 보수가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로 낮은 출산율을 지적했다. 영국의 출산율은 1960년대 2.6명에서 현재 1.55명까지 떨어져 있다.
당시 케이츠는 자유 개인주의가 완벽하게 실패한 것이 출산율이라고 주장했다. 사람들이 아이를 낳게 되지 않은 이유로 가족 개념이 사라진 사회 제도를 언급했다. 배우자의 잘못이 없더라도 쉽게 이혼할 수 있는 제도, 인간관계의 가벼움, 시장 경제 중심적 사고 속에서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엄마를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편견, 끝없는 경쟁 속에 필수가 되어버린 대학 교육을 지적했다. 그리고 가족의 가치를 높이지 않고 경제적으로만 접근하는 유급 출산 휴가, 무료 육아 시설도 비판했다.
경제적 존재로서의 개인, 무한 경쟁하는 자유로운 개인은 대처의 주장이었다. 국가를 중심으로 두는 국가 보수주의와 달리, 철저한 개인주의자였던 대처는 1960년대부터 여성의 낙태권을 지지했고 성소수자 보호를 지지했던 몇 안 되던 보수였다. 낙태는 여성이 결정할 개인적 문제였고 성정체성은 국가가 개입할 수 없는 사적 영역이었다.
케이츠는 사고의 축을 개인에서 가족으로 옮긴다. 이주자 수를 급격히 줄여 젊은 가족에게 주택이 돌아가야 하고 직업 교육을 강화시켜 노동력을 자체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모성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 형성되어야 한다고 외친다. 케이츠가 주도하는 신보수가 보수당의 주류라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국가 보수주의자들이 압박하는 보수당의 수장이자 총리인 리시 수낵은 대처식 보수주의와 친밀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 지난 6월 30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메리어트 다운타운에서 열린 '맘스 포 리버티'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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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지부가 미국 전역에 세워질 만큼 빠르게 확산되었다. 그리고 이들이 가진 정치적 잠재력에 디샌티스의 부인인 케이시 디샌티스는 7월 6일, 아이오와에서 '디샌티스를 위한 엄마들 (Mamas for DeSantis)'을 결성했다.
그는 홍보 영상에서 "당신이 우리 아이들을 쫓아오면 우리는 맞서 싸울 것이다"라고 선전 포고한다. "과거에는 침묵을 강요당했지만 마침내 투사를 찾았고 그가 바로 디샌티스"라고 말한다. 이어 "사회가 분별력을 찾아야 할 때"라며, "미국 구석구석의 엄마들, 모든 할머니들이 디샌티스를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 모두 일어나 맞서 싸울 것"을 다짐하는 것으로 끝난다.
모성과 결합하는 국가 보수주의와 대비되는 모습이 7월 10일 바이든과 찰스 3세의 만남이다. 영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나이든 두 기후론자, 그리고 바이든을 통해 그린 뉴딜을 실현하려는 미국의 젊은 세대. 양국의 2024년 선거 구도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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