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엘리엇 ISDS 판정 불복절차 밟는다… 취소소송 제기(종합)
우리 정부가 엘리엇의 일부 승소로 결론 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에 불복하는 절차를 밟는다.
법무부는 18일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 정정을 신청하고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ISDS 사건 판정문에 중재판정부의 명백한 계산상 오류와 불분명한 판시사항이 있음을 확인했다"고도 설명했다.
한동훈 장관과 법무부는 우선 중재판정부가 엘리엇이 입은 손해액 산정을 위해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한 후 엘리엇에 지급한 합의금을 ‘세전 금액’으로 공제해야 한다고 판정 이유를 밝히고도, 실제 계산에선 합의금의 ‘세후 금액’을 공제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손해배상금이 60억원 이상 증가했다는 것이 법무부의 판단이다.
법무부는 또 중재판정부가 판정 이유에서 한국 정부는 손해배상금 원금에 붙는 ‘판정 전 이자’를 원화로 지급하라고 하고서, 판정 주문에서는 이자를 미화로 지급하라고 판시했다며 이 부분을 명확히 해달라고 신청했다.
정부는 판정 불복 이유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의'관할 위반'도 들었다. 중재판정부의 '재판 대상'이 아닌데도 판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한미 FTA 규정상 ISDS 사건의 관할이 인정되려면 ▲정부가 채택·유지한 조치일 것 ▲투자자의 투자와 관련성이 있을 것 ▲조치의 책임이 국가에 귀속될 것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중재판정부는 이 조건이 충족된다고 봤지만, 이는 잘못된 해석이라고 법무부는 주장했다.
먼저 중재판정부가 국민연금을 '사실상 국기기관'이라며 의결권 행사 책임이 정부에 귀속된다고 본 것에 대해서는 "한미 FTA가 예정하고 있지 않은 '사실상 국가기관'이라는 개념에 근거해 국가 책임을 인정하는 건 부당하다"고 했다. 또 "한미 FTA 상대국인 미국도 중재판정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당국으로부터 위임받은 비정부기관의 조치'는 '위임받은 정부 권한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국가기관이 아닌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는 정부가 채택한 조치가 아닐뿐더러, 그 책임이 한국 정부에 귀속되지도 않으므로 관할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낸 합병무효 소송과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내 법원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의 위법행위가 있었더라도 국민연금은 결과적으로 독립된 의결권 행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중재판정부가 국정농단 사건의 형사 판결을 상당 부분 인용한 것에 대해 "국민연금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이 심판을 받은 형사판결과는 법리상 궤를 달리하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당시 정부가 엘리엇의 삼성물산 투자와 '관련성'이 있다는 중재판정부의 판단도 문제 삼았다.
법무부는 "소수 주주는 자신의 의결권 행사를 이유로 다른 소수 주주에게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는 게 상법상 대원칙"이라며 "소수 주주 중 하나인 국민연금이 자신의 의결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다른 주주인 엘리엇의 투자에 대한 조처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후 중재판정부가 범한 오류가 영국 중재법상 정당한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불복절차에 나섰다"고도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엘리엇 ISDS 사건 판정을 바로 잡지 않으면, 향후 부당한 ISDS가 제기되고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인 ISDS 사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수렴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의 주주였던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승인 과정에서 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이 투표 찬성 압력을 행사해 손해를 봤다"며 2018년 7월 우리 정부를 상대로 7억7000만달러(약 1조378억원) 규모의 ISDS를 제기했다.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판정부는 지난달 20일 엘리엇의 주장을 일부 인용해 우리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달러(약 690억원) 및 지연이자를 배상금으로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우리 정부와 엘리엇이 주고받아야 하는 소송 비용을 감안하면 리 정부가 실제로 엘리엇에 지급해야 하는 돈은 한화 1300억원에 이른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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