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기술" 강조한 이재용, 삼성 1년 변화는
이재용 회장, 글로벌 광폭 행보 속 자율주행·전장용 및 차세대 산업 반도체 수요 기대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지난해 6월 18일. 열흘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회장의 표정은 사뭇 비장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 독일 BMW 등 주요 고객·협력사를 두루 만나며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인공지능, 6G, 로봇, SW(소프트웨어), 헬스케어 등에 불어닥친 변화의 물결에 대응하려면 삼성이 차세대,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앞장서 내놓아야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흔들림 없는 기술 경쟁력 확보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삼성은 지난 1년간 반도체, 모바일, 자동차 부품, 디스플레이 등을 아우르는 기술 혁신에 주력해왔다. 이재용 회장의 선견지명은 유례없는 ‘반도체 혹한기’에 뒤이은 ‘업턴(상승 국면)’ 임박 상황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그동안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 내놓은 성과물들이 업턴의 수혜를 극대화시켜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술 경쟁력'을 강조한 이재용 회장은 이후 1년간 삼성의 주요 사업장을 돌며 전 사업 기술 개발 로드맵을 점검하는 한편 글로벌 고객사를 만나 차량용 반도체 등 미래 전략 사업을 논의하는데 주력했다.
특히 작년 10월 삼성전자 회장으로 취임한 뒤에는 미국, 유럽, 중동, 아시아 등 주요 국가·인사들과 잇달아 회동하며 사업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였다.
국내외를 넘나드는 경영 행보 속 값진 성과가 이어졌다. 지난달 초 이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의기투합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협력 물꼬를 튼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은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IVI) 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 V920'을 현대차에 2025년부터 공급하기로 했다.
국내 전자·자동차 산업을 이끄는 삼성과 현대차 협력은 최첨단 차량용 반도체 개발과 공급 측면에서 글로벌 고객 및 파트너사들의 이목을 끈 사례다.
5월에는 이 회장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의 회동으로 시장을 깜짝 놀라게했다.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최고의 자리를 노리며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는 삼성과 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테슬라의 총수간 만남은, 완전자율주행 반도체 공동 개발을 비롯해 차세대 IT 기술 개발 가시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랜 고객사인 BMW 회장과도 지난해에만 두 차례 회동하며 협력 의지를 다졌다. 삼성과 BMW는 오랜 신뢰를 바탕으로 배터리 뿐 아니라 차세대 모빌리티 사업으로 협력 범위를 넓힐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BMW 경영진과 돈독한 관계를 다져온 이 회장의 역할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고객사와의 협력이 두터워지려면 남다른 기술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기술로 차세대, 차차세대를 주도할 로드맵 없이는 퀄컴,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 물량을 가져오기 힘들다.
삼성은 올해 들어 반도체(DS 부문) 최선단 기술을 선보이며 선도업체로서의 자신감을 표출했다. 이들 반도체 제품들은 자동차, 데이터센터·인공지능·차세대 컴퓨팅 수요를 정조준한다.
가장 최근엔 업계 최저 소비 전력을 가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이하 IVI) UFS 3.1 메모리 솔루션 양산에 돌입했다. 이 제품은 256GB(기가비트) 라인업 기준 이전 세대 제품 대비 소비전력이 약 33% 개선된 것이 특징으로, 삼성전자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부품 업체에 공급하며 차량용 반도체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2년 뒤인 2025년까지 차량용 메모리 시장 1위를 목표로 한다.
D램 미세공정 경쟁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삼성은업계 최선단 12나노급 공정으로 16Gb DDR5 D램 양산을 시작했다. 이전 제품 보다 소비 전력이 약 23% 개선된 것으로, 데이터센터·인공지능·차세대 컴퓨팅 등 다양한 응용처 공급이 예상된다.
업계 최초로는 CXL 2.0을 지원하는 128GB CXL D램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메모리 풀링(Pooling)을 지원하는데, 고객이 이 기술을 데이터센터에 적용하면 서버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다.
올해 1월에는 초고화소 기술 집약된 2억 화소 이미지센서와 5나노 기반 컨트롤러 탑재한 PC용 고성능 SSD를 출시했다. 고성능 SSD의 경우 첨단 5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적용한 신규 컨트롤러와 7세대 V낸드를 탑재해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AI 수요를 겨냥한 HBM(고대역폭메모리)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HBM은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서버와 GPU(그래픽처리장치)에 들어가는 제품이다. 삼성은 HBM3(4세대) 양산 준비를 완료한 데 이어 HBM3p(5세대) 제품은 하반기 중 선보일 방침이다.
모바일 부문(MX)에서는 스마트링 기기인 '갤럭시링' 개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링은 반지처럼 손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로, 양산 시기는 미정이다. 삼성은 협력사와 선행개발을 진행하면서 결과물을 놓고 양산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갤럭시링은 기술이 궤도에 오른 수준이나, 워치와 겹쳐 효용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자동차 부품에서도 성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기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적용된 전기차 카메라에 탑재되는 파워인덕터를 양산한다. '제2의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라 불리는 파워인덕터는 전원 회로에 적용돼 배터리로부터 오는 전력(파워)을 반도체가 필요로 하는 전력으로 변환시키고 전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핵심 전자부품으로, 36억 달러(약 4조5000억원) 시장을 정조준한다.
5월에는전기차에 적용 가능한 세계 최고용량의 MLCC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동급의 전압 MLCC 중 업계 최고용량을 구현한 것이 특징으로, 향후 전기차 시장 성장세에 따라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도 기술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접고 미는 기술을 접목한 '플렉스 하이브리드(Flex Hybrid)'를 올해 초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이 제품은 대화면 노트북에 버금가는 화면 크기에 휴대성까지 갖추고 있어 미래형 노트북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QD(퀀텀닷)-OLED 기술도 한층 진화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고효율 유기 재료와 AI 기술을 적용해 올해 QD-OLED는 작년 제품 보다 소비전력이 25% 감소했다고 강조한다.
QD-OLED는 기존 대형 OLED가 컬러 필터로 색을 구현하는 것과 달리 입자 크기에 따라 다른 색을 내는 퀀텀닷(양자점)의 광학 특성을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TV용 패널 라인업에는 기존 55형, 65형, 34형 제품에 대형 사이즈 77형을, 모니터에는 울트라 와이드 49형을 새롭게 추가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OLED는 디자인 확장성에 완벽한 블랙 표현력이 더해져 고급스러운 자동차 인테리어 디자인의 핵심적인 부품으로 각광받고 있다"며 "플렉시블 뿐 아니라 커브드 디자인이 가능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춘 리지드까지 다양한 자동차용 솔루션(Solution)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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