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 감사 때문 아니냐" 野 질타에…유병호 당황한 이유

박태인 2023. 7. 1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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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달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김의겸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차피 위원님, 중반 되면 현 정부 사업도 감사를 받습니다.”

지난주 국회에서 논란이 됐던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의 발언이다. 이 발언은 13일 감사원 사무처의 권한을 축소하는 ‘감사원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국회 법사위 소위에서 나왔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왜 감사원법 개정안이 나온 것 같냐”고 묻자 유 총장이 답한 내용 중 일부다.

당시 회의록엔 유 총장의 답변을 들은 박 의원이 “우리가 지난 정부를 감사해서 이 개정안을 냈다는 말이냐”고 유 총장을 질타하는 부분이 나온다. 법사위 소위원장인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굉장히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벌어지지 않은 미래의 일을 두고 감사를 언급했다는 취지였다.

더불어민주당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이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종합민원실에 유병호 감사원사무총장 등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하기에 앞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뉴스1

하지만 유 총장의 발언은 민주당의 법안 제안 이유서에 나온 내용을 설명하는 취지였다는 것이 감사원 입장이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박범계 민주당 의원의 감사원법 개정안엔 “최근 감사원의 전 정부 사업 전반에 대한 감사와 전 정부 임명 기관장에 대한 감사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발의 이유가 적혀있다.

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박주민 의원의 질문에 유 총장은 “정부 초기 시기는 전 정부가 감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어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한결같은 잣대와 기준으로 일하게 해주시면 감사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에 박 의원이 “총장님이 단단히 오해하고 계신다. 저희가 지난 정부 감사하니까 이런 법안 냈다는 말씀이지 않으냐”고 반박했고, 그 뒤 문제가 됐던 유 총장의 ‘현 정부 감사’ 발언이 나왔다.

감사원 관계자는 “민주당이 법안에는 지난 정부 감사 때문이라고 했는데, 막상 그 부분을 반박하니 유 총장이 당황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소위에 참석한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감사원은 과거에 벌어진 일을 감사할 수밖에 없다”며 “유 총장의 발언은 그런 원론적 취지였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정부를 겨냥한 감사원 감사가 시작된 뒤 감사원 권한을 축소하는 개정안을 다수 발의했다. 그중엔 실제 감사가 이뤄지지 않은 내용을 발의 이유로 적시한 경우도 있다. 민주당 의원 60명이 함께 발의한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감사원법 개정안엔 ‘북한 어민 강제북송 사건 감사’가 발의 이유로 나와 있다. 감사원은 해당 내용을 감사하지 않았다.

다만 여당 내에서도 유 총장이 국회에서 야당 의원과 설전을 벌이는 점에 대해선 “자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상당수다. 여당의 한 법사위 의원은 “유 총장은 평소 대화체를 국회에서 그대로 사용한다”며 “일을 스스로 키우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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