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휴무’ 28년간 미용 봉사한 그의 명함에 적힌 다섯 글자
LG복지재단이 28년간 어려운 이웃들에게 미용 봉사를 해온 이예분(여·54)씨 등 3명에게 ‘LG 의인상’을 수여했다고 18일 밝혔다.
이예분씨는 26세였던 지난 1995년 미용사 자격을 취득해 목회자인 큰오빠의 권유로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있는 한 아동복지시설에서 미용 봉사를 시작했다. 이후 아동복지시설과 구치소, 요양원 등 인연이 닿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머리를 매만졌다. 머리를 깎아주던 지적장애 학생이 취직하자 그를 채용한 회사의 장애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1년 넘게 미용 봉사를 하기도 했다. 요즘엔 화성에 있는 지역아동센터 두 곳, 노인요양원 두 곳을 한 달에 한두 번씩 방문해 60여 명의 머리 손질을 돕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이상 집으로 찾아가기도 한다.
그의 명함에는 ‘화요일 휴무’라고 적혀 있다. 미용 봉사 때문이다. 이씨는 “평생 봉사하던 부모님을 보며 자라서인지 봉사는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일상”이라며 “앞으로도 제 ‘가위손’을 필요로 하는 분이 있다면 봉사 활동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사고 현장에서 시민을 구조한 이은필(37)씨와 물에 빠진 초등학생을 구한 최인찬(62)씨 역시 LG 의인상을 받았다. 이은필씨는 지난달 충남 천안-논산 고속도로에서 5중 추돌 사고를 당했다. 연쇄 추돌한 승용차 3대와 1t 화물차, 45인승 버스가 뒤얽힌 상황에서 승용차에 불까지 붙었다.
사고 직후 자신의 승용차에서 탈출한 이씨는 불길을 뚫고 다른 차량으로 달려가 창문을 깨고 4명을 구출했다. 대부분의 차량이 전소된 큰 사고였지만 이씨의 신속한 구조 등으로 탑승자 20여 명 중 일부 인원만 다쳤다. 구조 중 다리 근육이 찢어지고, 깨진 유리 파편에 다치기도 한 이씨는“불이 난 차 안에서 의식을 잃은 사람들을 두고 갈 수 없었다”며 “유리를 깨서라도 사람들을 구해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최인찬씨는 지난달 제주도 가파도 해안가 인근에서 친구와 커피를 마시던 중 자전거를 타고 가다 속도를 줄이지 못해 바다에 빠진 초등학생을 구했다. 최씨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학생은 수심 3m 깊이의 바다에 빠진 상태로 부둣가에 정박한 배에 연결된 밧줄을 붙잡고 있었다. 그는 심근경색과 척추 협착 등을 앓고 있었음에도 곧장 바다로 뛰어들어 아이를 구조했다.
이 학생의 어머니는 “최씨가 놀란 아이를 달래주고, 아이가 무사한 것을 확인한 뒤 아무 말 없이 가던 길을 갔다”며 “인터넷 커뮤니티에 수소문한 끝에 은인을 찾을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최씨는 “평소 지병이 있어 조심해야 하지만 위급한 상황에서 아이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며 “아이가 무사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LG 의인상은 2015년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고(故) 구본무 LG 선대회장의 뜻에 따라 제정됐다. 2018년 구광모 LG 회장이 취임한 이후에는 봉사하는 일반 시민으로 시상 범위를 넓혔다. 현재까지 197명이 상을 받았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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