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기초학력보장법이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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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로 교육격차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기초학력 보장의 핵심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나오지 않도록 학교와 교사가 최선을 다해 교육하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진단해 대상 학생을 선정하면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하는 것이다.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노력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몫이지만,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줄이려는 노력은 학교와 교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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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로 교육격차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정부는 기초학력 보장에 대한 국가의 책임 강화를 위해 ‘기초학력보장법’을 제정해 시행 1년이 넘었다. 교육부는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을 수립·발표하고 학교가 자율적으로 평가에 참여할 수 있는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시스템’도 구축했다. 올 초에는 기존 학교혁신지원실을 책임교육정책실로 개편하는 등 조직도 정비했고, 지난달에는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이러한 노력이 성과를 나타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법령은 물론이고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에도 기초학력 진단은 학교와 교사의 재량에 맡겨져 있고, 정작 교육을 직접 담당하는 학교와 교사의 책임은 모호하다. 기초학력 진단검사는 학교장의 재량 사항이다. 검사를 실시하지 않으면 학습지원 대상 학생을 파악할 수 없고, 대상 학생을 선정할 수도 없다. 지원 대상 학생을 선정하지 않으면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맞춤형 교육도 필요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실시하지 않아도, 학습지원 대상 학생을 선정하지 않아도, 학습지원 교육을 실시하지 않아도 학교장이나 교사에게 책임을 물을 길이 없다. 당연히 그들에게 불이익도 없다.
교육부가 발표한 대로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가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지식, 역량, 기능, 태도 등을 진단해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하는 평가라면, 모든 학년과 모든 교과에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평가 대상은 제한적이고, 평가 참여는 학교나 교사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 막대한 돈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해 놔도 교사들이 활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학부모들은 그러한 시스템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자녀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가 맞춤형 학업성취도 평가를 외면해도 그 사실조차 알 길이 없다.
지난 2017년, 전국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전수평가에서 표집평가로 바뀌었다. 전수평가냐, 표집평가냐 논쟁이 이어지는 동안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표집에서 제외된 학생이나 학교는 학업성취 수준을 알 수 없어 다른 학교 평가 결과를 통해서 막연히 짐작할 뿐이다. 표집평가 결과를 반영해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선정하고 기초학력 지원 학교를 선정하는 통계적 기법은 어디에서도 들어본 일이 없다. 전수평가는 서열화고, 표집평가는 서열화가 아닌지도 의문이다. 서열화 여부는 전수평가든, 표집평가든 평가 결과를 어떤 방식으로 공개하고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수평가 결과를 교사들의 인사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문제일 수 있지만, 서열화가 두려워 학생과 학교의 학업성취도 정보까지 거부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학업성취 수준을 알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사설학원으로 내모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기초학력보장법’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 발생 원인은 밝히지 않고, 막연히 학생과 학부모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기초학력 보장의 핵심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나오지 않도록 학교와 교사가 최선을 다해 교육하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진단해 대상 학생을 선정하면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하는 것이다.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노력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몫이지만,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줄이려는 노력은 학교와 교사의 몫이다. 기초학력 진단검사의 의무화와 학업성취도평가의 전수평가 전환, 그리고 검사 및 평가 결과의 공개는 기초학력 보장의 첫걸음이다.
송기창 숙명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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