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바이오텍' 내건 SK바이오팜…"엑스코프리로 흑자 전환 이끌것"
이동훈 대표 "빅 바이오텍 도약"
CGT·RPT·TPD 등
3대 플랫폼 확장 통해
2026년 기업가치 19조 목표
SK바이오팜이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를 시장 내 1위 제품으로 만들고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방사성의약품치료제(RPT), 표적단백질분해(TPD) 등 3대 파이프라인을 통해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이를 통해 올 4분기 분기 흑자로 전환하고 2026년에는 기업가치를 19조원까지 키워내겠다는 목표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엑스코프리의 성장 가속화, 제2의 상업화 제품 인수, 혁신 신약 개발 플랫폼을 통한 유망기술 확보 등을 통해 글로벌 톱 수준의 ‘빅 바이오텍(Big Biotech)’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빅 바이오텍은 높은 현금창출력을 기반으로 활발한 비유기적 성장을 통해 혁신 기술을 도입하고 지속해서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성장의 핵심인 엑스코프리는 부작용 등을 극복한 3세대 뇌전증 치료제 중에서도 흥분성·억제성 신호 전달 타깃에만 작용하는 다른 치료제들과 달리 이중 타깃에 작용한다. 지난 3월 처음으로 월간총처방수(TRx) 2만건을 넘어서는 등 경쟁 제품 대비 확연하게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안으로 분기 기준 손익분기점(BEP)을 돌파하고, 내년 중으로는 월간 TRx 3만건 달성, 연간 기준 손익분기점 돌파까지 기대된다.
가장 큰 경쟁자 중 하나였던 벨기에 UCB제약의 ‘빔팻(성분명 라코사마이드)’의 특허가 지난 3월 만료되며 성장 모멘텀도 생겼다. 뇌전증 치료는 단일 치료제만 쓰는 게 아니라 다양한 약을 병용투여한다. 따라서 오리지널의 특허 만료로 값싼 제네릭(복제약)이 대거 출시되면서 재정적 여유가 생긴 환자들이 엑스코프리를 함께 복용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엑스코프리는 미국에서 UCB의 3세대 뇌전증 치료제 ‘브리비액트’에 이어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브리비액트의 TRx 역시 내년 중 넘어서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수익성에 대한 기대도 크다. 미국 내 엑스코프리 판매는 미국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직접 맡는다. 미국 전역에 120명에 달하는 영업 인력을 갖춰 97%에 달하는 보험 커버리지를 갖췄다. 이를 통해 매출 총이익률이 무려 90% 중반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회사 측은 2029년 엑스코프리의 실적을 미국 연간 매출 10억달러(약 1조2700억원), 영업이익 6억달러(약 7600억원)로 각각 전망했다.
기존 자산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술 플랫폼 도입도 순조롭다. 이미 영역별 파트너도 갖췄다.
우선 표적 단백질을 분해·제거해 질병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기술인 TPD는 지난달 완전 인수 계획을 밝힌 프로테오반트 사이언스가 핵심이 된. 프로테오반트는 2020년 SK㈜와 미국의 바이오벤처 로이반트가 설립한 합작사로, 당시 SK㈜가 2억달러(약 2200억원)를 투자해 확보한 지분 40%에 더해 SK바이오팜이 지분 60%를 4750만달러(약 620억원)에 취득하면서 총 2800억원에 SK그룹이 완전히 인수하게 됐다. 이번 인수로 TPD 기술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미국 내 연구 거점을 확보했다.
이어 RPT는 세포를 죽이는 방사선 동위원소를 표적 물질과 결합해 암세포만 공격하는 차세대 항암 치료제로 꼽히는 기술이다. SK㈜가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를 투자한 빌 게이츠의 원자력 벤처기업 테라파워에서 생산하는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악티늄-225(Ac-225)'가 사업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악티늄-225는 정상 세포의 손상 없이도 암세포를 표적해 파괴하는 표적 알파 치료제의 원료 중 가장 좋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SK바이오팜은 테라파워와 한국을 포함해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까지 아시아 4개국에 Ac-225의 독점 공급 계약을 맺은 상태로 이외에도 미국과 아시아, 중국 등에서 활발한 시장 진출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동훈 사장은 "지난해 나온 한 RPT 제품이 방사성 동위원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면서 기대 매출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그만큼 방사성 동위원소를 구하기 어렵지만 우리는 이를 구하기 쉽다"고 말했다.
CGT는 SK㈜의 위탁개발생산(CDMO) 자회사 SK팜테코가 미국 CBM, 프랑스 이포스케시 등 CGT 전문 CDMO를 인수하며 생산 능력을 확보한 상태다.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물질을 SK팜테코가 생산하고 SK라이프사이언스가 판매하는 구조로 그룹 내 시너지를 낸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SK바이오팜은 안정적 현금 창출력과 3가지 신규 모달리티(치료 접근법)를 통해 2026년까지 150억달러(약 19조원)의 가치를 가진 글로벌 빅 바이오텍으로 성장하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이를 위해 2026년까지 두 번째 상업 의약품 출시, 연구·개발(R&D)에서는 2~3개 이상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입 등의 부가 목표도 제시했다.
이동훈 사장은 "기존의 자산 기반에서 기술 플랫폼으로, 소분자화합물에서 바이오로직스로, 중추신경계 분야에서 항암으로 영역을 확장해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균형 잡힌 빅 바이오텍으로 재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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