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Z여자들] 나만의 위로, 플레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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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사회초년생, 이제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한 나에게는 모든 게 낯설고 새로웠다.
조용한 곳에 혼자 있을 때, 산책을 할 때, 길을 걸을 때마다 항상 함께 하는 나의 플레이리스트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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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아 기자]
이따금씩 홀로 집에 남아 있을 때가 있다. 혼자 남은 집에는 고요함과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가 불이 꺼진 어두운 방 안을 가득히 채웠다. 그 속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 시선을 돌리면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물건들이 보인다.
벽에 걸린 시계, 책과 앨범이 가득한 책장, 행거에 걸린 옷, 침대 밑에 놓인 TV 등등… 제각각의 색을 가진 물건들도 바깥에서 들어오는 빛마저 사라지는 늦은 오후에는 저마다의 색을 잃고 회색으로 뒤덮이기 마련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괜스레 생각이 많아진다.
20대 사회초년생, 이제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한 나에게는 모든 게 낯설고 새로웠다. 공부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하며 사회의 일원이 됐다는 사실에 설레는 것도 잠시, 이내 이미 만들어진 규칙과 규율 속에 스스로를 억지로 끼워맞추며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 카세트 테이프 |
ⓒ envato elements |
이런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건 무엇일까.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그에 대한 답을 찾았다. 누군가에게는 여행이, 누군가에게는 덕질이, 누군가에게는 게임이, 누군가에게는 친구들과의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혼자만의 시간이 위로가 되기도 했다. 위로의 형태는 정해져 있지 않아 무엇이든 될 수 있었고 또 그만큼 다양했다.
생각해보면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다. 조용한 곳에 혼자 있을 때, 산책을 할 때, 길을 걸을 때마다 항상 함께 하는 나의 플레이리스트가 그랬다. 내 취향의 노래들을 들으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때면 그때만큼 마음이 편해질 때가 없다.
노래에 영향을 많이 받는 나는 가사와 멜로디의 위로를 받을 때가 많았다. 자주 듣던 노래의 가사가 오랫동안 머릿속에 머물거나 익숙한 멜로디가 유독 따뜻하게 느껴질 때 마음 속에 응어리진 감정들이 조금이나마 풀어지는 게 느껴진다.
"오늘은 곧 사라져 가는 사람들 속에서 아니 더 큰 먼지가 되어온 날
날 바라보는 사람들 시선에 갇혀 지내도 나는 아직 모질고 거친 거야"
- 최유리 <동그라미> 가사 중
"나는 아무렇지 않아요 그냥 그저 살고 있어요
난 요즘 생각을 좀 한 대 시끄러 나 살기에도 바쁜데
내가 불행하길 바란 건지 날 생각해서 하는 말인지"
- 볼빨간사춘기 <카운슬링> 가사 중
"바람이 불어올 때 우리가 얼마나 푸를 수 있는지
마음이 물어올 때 진심을 다할 수 있는지 두 눈을 맞대보는 거야
모든 게 그대론데 우리만 구름처럼 흐를 뿐예요"
- 이고도 <테두리> 가사 중
마음이 답답할 때 가장 많이 찾아들었던 노래들이다. 차분하고 잔잔한 멜로디와 분위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이 곡들 역시 밝고 희망차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불안과 우울이 가지는 온도와 비슷한 지점에서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동아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모든 사람이 플레이리스트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예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조금은 놀라기도 했다. 그전까지는 당연한 줄만 알았던 내 취향의 노래들이 모인 공간이 더욱 특별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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