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정석, 인내, 뚝심...에너지 모은 이승엽호
차승윤 2023. 7. 18. 09:35
두산 베어스의 시간이 왔다.
두산은 7월 9경기를 9연승으로 마무리했다. 전반기 최종 성적은 42승 36패 1무(승률 0.538). 1위 LG 트윈스와 6.5경기, 2위 SSG 랜더스와 4경기 차로 가까워졌다.
야구인들은 "시즌은 길다"고 말한다. 하지만 긴 호흡으로 시즌을 계획하고 운영하는 감독은 많지 않다. 감독과 선수에게는 매 경기 매 타석이 승부의 순간인 탓이다.
한 타석의 승부, 한 경기의 승부에 집중하다 시즌을 그르치는 일이 생긴다. 야구 트렌드가 매년 변하지만, 정규시즌 운용은 결국 '선발 야구'로 수렴한다. 선발진이 안정돼야 실점을 억제하고 불펜 운영에 여유가 생긴다. 물론 선발 약점을 불펜으로 극복하려는 사령탑도 있다. 그러나 '변칙'은 정석이 불가할 때 두는 '차선'에 불과하다.
두산의 상승세의 바탕은 '정석'에 있다. 지난겨울 이승엽 감독 부임 시점에도 두산 선발진 뼈대는 튼튼했다. 검증된 국내 자원 최원준과 곽빈이 있었고, 20승 투수 라울 알칸타라도 친정팀으로 복귀했다. 그런데 선발진에 계속 문제가 생겼다. 딜런 파일이 스프링캠프에서 부상으로 장기 이탈하더니 곽빈도 5월 초 부상으로 빠졌다. 최원준과 5선발 후보 최승용은 부진했다.
그러자 타선까지 주춤했다. 믿었던 주축 타자 양의지의 페이스가 늦게 올라왔고, 4번 타자 김재환과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가 부진했다. 주전 후보로 낙점한 강승호, 김인태, 안재석, 김대한 등도 부상과 부진에 시달렸다.
정석이 깨지면 변칙의 유혹이 찾아온다. '초보' 감독 이승엽과 두산 선수단도 마찬가지였다. 한 점을 얻기 위해 비효율적인 번트 작전도 몇 번 나왔다.
그러나 이승엽 감독은 이내 '뚝심'으로 돌아왔다. 1990년대 김인식 감독 이후 김경문, 김태형 감독 등 두산 사령탑의 색채가 그에게도 보였다. 이 감독은 "언젠가 '때'가 올 것"이라며 자신이 설정한 큰 틀을 바꾸지 않았다. 이 감독의 인터뷰에서는 언제나 "버틴다" "참겠다" "기다리겠다" 등의 단어가 등장했다. 기분 전환 차원으로 타순을 바꾸는 정도가 변화의 전부였다.
이승엽 감독은 선발 투수가 부족해도 불펜 야구를 하진 않았다. 대신 2군에서 꾸준히 담금질해 온 최고참 장원준이 빈자리를 메웠다. 대체 선발을 내보낼 때도 최대한 긴 이닝을 맡겼다. 부진으로 퓨처스(2군)에 다녀온 타자들도 기술이 아닌 멘털 안정에 집중했다.
6월 말, 기다림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곽빈이 건강하게 복귀했고, 대체 외국인 투수 브랜든 와델이 합류했다. 지난 6월 22일 기준 두산의 선발 평균자책점은 4.01(6위)로 꽤 높았다. 그러나 같은 달 23일 곽빈, 24일 브랜든이 호투한 시기를 기점으로 이후 14경기 선발 평균자책점은 1.95로 압도적인 KBO리그 1위(2위 한화 이글스 2.79)다.
타선도 정석대로 꾸려지고 있다. 강승호, 김재호, 로하스 등 2군에서 몸이 아닌 마음을 다스리고 돌아온 선수들도 하나씩 제 몫을 해내는 중이다. 상대 배터리의 집중 견제에 시달렸던 양의지도 타선이 동반 상승하면서 7월에 더 뜨겁다(타율 0.481). 7월 9연승 동안 두산은 팀 타율 0.298 96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818(이상 1위) 8홈런 52득점 137루타(이상 2위)를 달렸다. 말 그대로 완전체다.
정석의 장점은 후유증이 적다는 데 있다. 지난 5월 9연승을 달렸던 롯데 자이언츠는 6월 들어 동력을 잠시 잃었다. 선발진이 약하고 장타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불펜 대결로 승부를 겨루다 뒷심이 약해진 탓이다. 선발진이 버텨주는 팀은 다르다. 실점을 안정적으로 억제할 수 있어 선수들의 체력과 기세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초보' 이승엽 감독의 성과를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다만 현재 두산의 모습이 시즌 전 구상과 가까운 건 사실이다. 스타 출신 감독들은 자신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들의 플레이에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승리욕에 불 타 무리수를 두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 감독은 참고, 기다렸다. 그리고 '때'를 잡았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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