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IPO 더 깐깐해지나...거래소, ‘법률실사’ 의무화 검토 착수

앞으로 상장문턱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상장 첫 관문인 상장예비심사 단계에서 기업의 법규 위반사항이나 소송 가능성 여부를 따지는 ‘법률실사’ 의무화 방안이 추진되면서다. 현재 상장추진 기업들은 상장예비심사 단계에서 법률의견서를 강제로 제출할 의무는 없다. 한국거래소는 대한변호사협회, 금융위원회와 법률실사 의무화 방안에 대한 검토를 거쳐 필요성 여부를 가늠할 계획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는 기업공개(IPO) 법률실사 의무화 도입과 관련해 최근 한국거래소, 금융위원회 관계자와 실무진 회의를 가졌다. 대한변협은 이른 시일 내 상장추진기업들의 법률의견서 제출 필요성, 해외사례, 법률자문 의견서 의무화에 따른 실효성 담보방안 등을 도출해 거래소에 관련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들은 거래소에 상장시 기업의 영업, 재무, 지배구조 등과 관련해 문제가 없는지 일종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 중 법률실사는 기업의 내부통제시스템, 법규 위반, 소송과 같은 법적 리스크가 없는지 따져 의견서를 제출하는 과정이다. 다만, 법률실사 결과를 상장예비심사 단계에서 필수로 제출할 의무는 없다. 최근 대한변협이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법률의견서 제출 내실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중점사업으로 떠올랐다.

거래소가 검토할 주요 쟁점은 크게 ‘의무화 대상 기업 범위’ ‘부실실사 책임소지’ ‘비용부담’ 세 가지로 압축된다.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법률실사를 의무화할 것인지 여부 등을 따져봐야한다는 것이다. 현행 제도에선 외국법인이 국내 자본시장에 상장할 때 법률자문 의견서를 의무적으로 내게 돼있다. 국내외 상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후 법적문제가 생길 시 국내 투자자들이 대응하는 일도 더 까다롭다.

이와 대조적으로 국내 법인은 법률의견서를 필수로 제출할 의무가 없다. 거래소 측은 이미 상장심사 단계에서 법적 리스크가 있는 기업은 재량껏 법률의견서를 요청해 질적심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법적 쟁점이 없는 국내 법인에까지 의견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부실실사 발생 시 책임소지도 쟁점거리다. 회계감사인의 경우 증권보고서 작성과정에서 부실, 허위기재 사실이 드러나면 감사인의 면허취소, 영업정지와 같은 징계를 받는다. 국내 자본시장법상 증권신고서는 기업공개시 의무로 내야할 뿐만 아니라 거짓기재 등 배상책임 소지 범위에 공인회계사도 들어와있다. 반면 변호사의 법률자문 의견서는 현행법상 필수 서류 대상이 아니다. 부실실사가 발생해도 책임질 주체가 없어 법률실사의 신뢰담보 장치가 미비하단 지적이다.

상장추진 기업들이 감당해야할 비용부담도 검토대상이다. 업계에서는 법률실사가 의무화할 경우 많게는 3억원가량 추가비용이 들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코스닥 상장추진기업들에 법률실사 비용이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해 자칫 기업공개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거래소 관계자는 “변협으로부터 의견을 받은 뒤 의무화 필요성을 따져봐야하는 검토 단계”라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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