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암 생존자, 당신입니다

대한종양내과학회 김현호(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교수) 2023. 7. 1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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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아프지 않게>
헬스조선DB
암 생존자. ‘암을 완전히 치료하고 완치 판정을 받은 사람’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최근 항암 치료가 발전하면서, 암이 전이되고 완치가 안 됐더라도 오랜 기간 동안 생존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이들 역시 암 생존자라는 말을 듣기에 그 자격이 충분합니다. 암 생존자를 늘린 주역, 항암제의 발전 과정을 알려드립니다.

1세대: 세포 독성 항암제
암 치료를 위해 만들어진 화학물질입니다. 빠른 속도로 무분별하게 분열하는 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암 세포는 정상 세포와 비교해 매우 빠르게 분열하고 증식하므로 세포독성항암제는 많은 암종에서 항암 효과를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모낭세포(탈모), 점막세포(구내염, 구토, 설사), 면역세포(백혈구 감소, 골수기능 저하)와 같이 암 세포 이외의 몸속 정상 세포 중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 여러 부작용이 발생했습니다. 부작용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 많은 보조치료들이 개발됐는데, 이를 통해 현재는 항암제로 인한 구토 발생 위험이 90%에서 10%로 줄어 더욱 적극적으로 항암치료를 할 수 있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2세대: 표적 항암제
분자생물학 지식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정상 세포에서 여러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고 이것들이 축적돼 주변으로 침습하며, 멀리 떨어진 곳으로 전이할 수 있는 이동 능력을 탑재한 암 세포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표적 항암제는 암 세포를 발생시키고 암 세포의 생존을 유지시키는 데 중요한 유전자 변이가 만들어낸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습니다. 이를 인지해 암 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들어진 항암제입니다. 일반적으로 표적 항암제는 주로 암 세포에만 작용하기 때문에 세포 독성 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습니다. 하지만 해당 표적을 발현하는 암 세포만 죽일 수 있어서 모든 암 치료에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치료 과정 중에 암 세포가 또 다른 유전자 변이를 통해 표적을 변형해버리면 표적 항암제에 내성이 생겨 효과가 없어져 버리기도 합니다.
3세대: 면역 항암제
몸의 면역체계가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개념은 100여 년 전 ‘장기 생존하는 암 환자들을 살펴보니 염증을 심하게 겪었더라’라는 경험적 사실로부터 ‘암 치료에 면역체계가 작동할 것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시작됐습니다. 현재 많이 사용되는 면역 항암제들은 2010년대 들어서 임상연구와 치료 적용이 시작됐고 그 중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면역관문억제제가 대표적입니다. 이전의 세포 독성 항암제, 표적 항암제는 항암제가 암 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방법이었다면, 면역 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활성화시키거나 이용해, 면역 세포가 암 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들고 이를 통해 항암 효과를 냅니다. 따라서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경우 비교적 내성 발생에 대한 부담이 적고 항암 치료의 효과가 장기간 유지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과학의 발전과 함께 암 치료법도 꾸준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많은 환자들이 ‘생존은 나와 먼 이야기’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희망을 갖고 치료하시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항암제는 발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의사들은 암종과 암의 특성에 따라 세포 독성 항암제, 표적 항암제, 면역 항암제 중 효과가 충분히 알려진 항암제를 선택하고 환자의 연령, 동반질환, 이전 치료 이력 등을 고려해 항암치료 전략을 수립합니다. 이러한 항암제들을 병합해 항암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현재 위암, 폐암, 간암, 대장암 등 많은 암종들에서 잘 개발돼 있기도 합니다. 치료 반응을 높이고 치료 반응 지속 기간을 늘리고 부작용을 최소화해 전이성 암 환자들의 ‘장기 생존’ 시대가 열렸습니다.

장기 생존의 기회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것입니다. 최근에는 항체약물결합 항암제와 세포치료제 등의 연구 개발 소식이 들려오기도 합니다. 보다 더 개선된 치료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면역 항암제를 포함한 기존 항암제들과의 병용 요법을 통해 매우 희망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전이됐다고, 재발했다고, 내성이 생겼다고 좌절하지 마세요. 여러분도 ‘암 생존자’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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