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압구정3구역 갈등에 "사업지연 불가피"…최악 소송도?
서울시 실격대상인 희림 의결 자체가 '무효'
조합, '적법한 절차 따라 진행' 주장
서울시가 강남구 압구정3구역 재건축 조합이 선정한 건축설계 업체에 제동을 걸자 조합이 19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법률 자문위원회를 꾸려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서울시가 설계사 선정 무효 방침을 낸 것에 대해 조합 측이 적극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이다. 시장에서는 압구정 재건축 일정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18일 압구정3구역 재건축 조합에 따르면 조합은 이날 오후 조합회의실에서 '법률·행정 자문위원회 구성 건 외' 등을 안건으로 긴급 이사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조합은 투표를 통해 압구정3구역 재건축 설계 공모 설계사로 희림이 결정된 것을 두고 서울시가 '무효'라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법률적 검토에 들어갈 계획이다.
안중근 조합장은 17일 조합원들에게 문자를 통해 "최근 언론에서 설계자 선정 관련한 기사가 있었으나, 아직 구체적인 행정명령, 조치 등 공식문서가 접수되지 않아 서울시와 강남구청의 진의를 파악 중에 있다"며 "조합은 서울시, 구청과의 협의를 통해 방향이 결정되면 실시간 보고를 드릴 예정이오니 동요 없으시기를 바란다"고 공지했다.
앞서 압구정3구역 조합은 15일 진행한 투표에서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희림)을 건축설계업체로 선정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압구정3구역은 제3종 주거지역이어서 용적률 최대한도가 300%인데, 희림이 이보다 높은 360% 적용이 가능하다고 홍보한 것이 조합원 마음을 움직였다고 보고 선정투표가 무효라고 지적했다. 당초 실격 대상인 업체를 총회에 올려 의결한 것 자체가 무효라는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재공모를 통해 다시 설계사를 선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조합이 이를 수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조합은 총회 투표를 거쳐 선정된 희림의 당선을 조합이 명분 없이 일방적으로 취소할 경우 희림으로부터 손해배상청구를 당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압구정3구역 조합 관계자는 "조합이 정당한 사유 없이 희림의 당선을 취소하면 300억원 규모의 수주를 따낸 희림에서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며 "서울시에 총회 투표 진행 과정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는 점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희림의 당선을 취소하는 조치보단, 우선 서울시를 설득해보겠다는 것이다. 통상 설계사 업체를 선정하고 나면 한 두 달 안에 계약서를 작성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합은 최대 두 달을 마지노선으로 삼고 서울시 설득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울시 권고에도 조합이 총회 투표 결과를 밀어붙인다면 재건축 사업 지연은 불가피하다.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건축심의 과정에서 또다시 제동을 걸 수 있어서다. 사업 추진 기간도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조합은 당초 내년 중하순께 건축심의를 신청할 계획이었으나 현재로선 이 시간표대로 이행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더구나 조합이 희림의 당선을 취소하기보다 우선 서울시를 설득하기로 결론 내렸다면 서울시와의 조율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3구역에 이어 설계업체 선정을 위한 공고를 진행 중인 압구정의 다른 구역 재건축 조합들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압구정 2~5구역'이 묶여 신속통합기획안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서울시와 압구정3구역 조합의 갈등이 장기화하면 압구정 재건축사업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무법인 심목 김예림 변호사는 "서울시와 조합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장기화할 경우 '설계사 선정 결의 무효소송'까지 갈 수 있다"며 "신통으로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은 압구정3구역으로선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압구정3구역 관계자는 "현재로선 소송을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서울시와의 논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겠다"며 소송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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