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언제까지 '아프니까 사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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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전남 여수시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흥미로운 논문이 한 편 발표됐다.
'누가 음식 배달 플랫폼의 수혜를 받는가: 외식 매출에 대한 플랫폼의 이질적 영향'이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음식점이 배달 플랫폼을 이용하면 월 매출액이 193만1556원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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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전남 여수시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흥미로운 논문이 한 편 발표됐다. ‘누가 음식 배달 플랫폼의 수혜를 받는가: 외식 매출에 대한 플랫폼의 이질적 영향’이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음식점이 배달 플랫폼을 이용하면 월 매출액이 193만1556원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경배 세종대 교수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이공 박사가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했는데 외식업체 약 80만 곳의 2020년 1년 치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음식점 매출액 변화를 분석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시기 배달 앱을 사용하는 것이 외식업 매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량화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음식점을 찾는 발길이 뚝 끊겼던 때라는 점을 감안하면 배달 앱이 있어 버틸 수 있었다고 얘기해도 과언이 아니다. 팬데믹이 없었더라도 배달 앱은 음식점에 도움이 된다. 이 연구는 코로나19 상황이 없다고 가정해도 식당의 월 매출은 배달과 관련된 제반 비용을 제외하고도 140만원 이상 늘 것으로 봤다. 여기까지는 분명 배달 플랫폼의 순기능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장밋빛만은 아니다. 배달 플랫폼에 입점하는 것으로 누리는 매출 상승효과는 만만치 않은 대가가 따른다. 배달료를 소비자와 함께 지불해야 하는 것을 차치해도 늘 음식과 서비스에 대한 평가가 공개된다는 것은 큰 부담이다. 이른바 ‘별점 테러’가 대표적이다. 음식을 주문할 때 별점이나 리뷰를 참고하는 이들이 많다 보니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배달 앱 이용 자영업자 중 74.3%는 ‘리뷰와 별점이 매출에 영향을 준다’라고 답했을 정도다. 악성 리뷰에 속앓이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음식에서 벌레가 나왔다고 우겨 환불 요구를 하기도 하고 도를 넘은 서비스를 요구하기도 한다. 소비자와 다툼으로 번져 문제가 된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모인 ‘아프니까 사장이다’라는 이름의 카페에는 이런 문제로 애로를 겪었다는 사연이 넘쳐난다. 다수의 식당이 월 매출이 분명히 오를 것으로 예상돼도 선뜻 배달 플랫폼에 입점하지 않는 이유다. 배달을 시작했다 상처만 입고 포기한 곳들도 수두룩하다.
배달 플랫폼 기업도 대안을 만드는 데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제표준을 반영한 새로운 리뷰 운영 정책을 수립하고 민간 자율규제도 도입했다. 리뷰 작성, 노출, 관리, 분쟁 해결까지 리뷰 서비스의 전 운영 과정에 걸친 모든 행위를 정의해 명문화한 곳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음식점 업주들은 소비자의 악성, 가짜 리뷰에 따른 애로가 많다고 토로했다. 리뷰가 악의적으로 조작됐다는 얘기도 쏟아졌다. 대안으로는 악성 리뷰의 3~5% 정도를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고 했다. ‘블랙 컨슈머’를 공유하고 방지를 위해 리뷰 실명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 소상공인이 겪는 고충의 축소판이다. 플랫폼에 의지해야 그나마 장사를 할 수 있는 게 현실이지만 자칫 정당한 소비자의 평가와는 동떨어진 부정적인 이슈로 휘청이게 될 수도 있다. 언제까지나 ‘아프니까 사장’일 수는 없다. 배달 플랫폼 생태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리뷰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그 책임은 플랫폼 기업은 물론, 소비자에게도 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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