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뉴빌딩’ 본격화…원팀 코리아, 1200조 노린다 ['통(統)'의 경제]
[한국경제TV 임동진 기자]
◆ ‘드니프로강의 기적’
‘드니프로강의 기적’은 윤석열 대통령이 ‘한-우크라이나 정상 공동언론발표’에서 언급한 말로, 우리나라가 6.25 전쟁을 이겨내고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 성장을 이뤄낸 것처럼 우크라이나도 회복과 번영을 이뤄낼 것이란 뜻이 담겨 있습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영토에서 세계적인 경제 대국으로 변모한 한국이 우크라이나의 재건의 롤모델이 되고,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의미도 포함돼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으로 황폐해진 나라를 재건하는 사업에 향후 10년간 9,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200조 원에 육박하는 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실은 장기적으로 2,000조 원이 넘게 투입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천문학적인 돈이 예상되는 이유는 우크라이나가 학교와 병원, 통신, 교통 등 기반 인프라 시설에 대한 피해 복구를 넘어 국가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뉴빌딩’을 추진 중이기 때문입니다.
◆ 한국 기업 참여, 어디까지?
우리 정부는 최소 520억 달러(66조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우크라이나 정부가 요청한 200억 달러(25조 원), 민간 주도 추진 사업 320억 달러(41조 원) 등입니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 이미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지난 1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보리스필 국제공항의 현대화 사업에 참여키로 하고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 토대를 마련하고 철도를 포함한 교통 분야 뿐만 아니라 에너지 인프라로 협력 범위를 넓혀 나간다는 구상입니다.
같은 날 삼성물산은 우크라이나 서부에 있는 리비우시와 스마트시티 개발에 관한 MOU를 체결했습니다.
이밖에도 건설기계, 철도차량, 자동차, 2차전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회가 있을 전망입니다. 대통령실은 우크라이나가 윤 대통령에게 전기차, 차세대 배터리, 통신 디지털 분야까지 우리나라 기업들의 직접적인 투자를 요청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 우크라에 100조 원 지원 약속한 美…글로벌 수주전 물 밑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지난달 까지 미국과 유럽연합 등은 우크라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습니다.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의 자료를 보면 특히 미국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 말까지 군사적, 인도적, 재정 원조를 합쳐 768억 달러, 우리돈으로 100조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고 상당 부분을 실행했습니다.
같은 기간 유럽 국가들의 경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298억 달러, 영국과 독일이 각각 117억, 116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합의하고 진행 중인 상황입니다.
여기에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제2차 국제회의에서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 등은 총 66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지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대규모 지원에 나서는 건 재건 사업의 주도권을 갖겠다는 의도도 깔려있습니다.
국가가 전후 재건 사업에 지원하는 규모에 따라 해당 국가 기업들의 수주 금액도 결정되는 것이 통상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1억 달러를 지원한 데에 이어 올해 1억5,000만 달러 추가 지원을 계획해 주요 국가들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입니다.
◆ 폴란드와 공조·우크라 방문…재건 참여 발판 윤 대통령은 위험한 상황 속에도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직접 지원과 협력 확대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이는 자유민주주의 연대 의지를 확실히 표명함과 동시에 우크라이나 재건에 동참할 수 있는 명분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폴란드와의 공조 강화 역시 재건 사업 참여의 순풍이 될 전망입니다.
폴란드는 최전방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왔고, 지정학적으로도 인접해 재건 프로젝트의 거점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폴란드와 차관급 협의체를 구성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사업을 발굴·추진키로 했습니다. 폴란드, 우크라이나 3각 협력 체계를 통해 전방위적으로 재건 사업에 참여할 방침입니다.
이제 필요한 건 현장에서 수주를 위해 뛰고 있는 기업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입니다.
폴란드에서 윤 대통령과 만난 재건 사업 추진 기업인들은 현지 입국 제한 완화와 인프라 전담인력 보강, ODA(공적개발원조)와 수출금융 지원 확대 등을 요구했습니다.
1,200조 원에 이르는 재건 사업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 된 만큼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돼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임동진기자 djlim@wowtv.co.kr
Copyright © 한국경제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