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입법에도 웃지 못하는 업계…시행까지는 가시밭길

손선희 2023. 7. 18.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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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딱지 토큰증권 거래에 합법화 길 열려
발행과 유통 분리, 일반투자자의 투자 한도 제한 등 걸림돌
하위법령에 이해관계 엇갈리는 내용 담을 예정…추진까지 진통 예상

금융투자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토큰증권 발행(Security Token Offering·STO)'을 법제화하기 위한 법률 개정이 본격 추진된다. 이미 시장에서 거래되던 토큰증권이 '불법 딱지' 꼬리표를 달았었는데, 합법화의 길이 열린 것이다. 다만 법안의 신속한 통과를 위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갈리는 세부 내용은 하위법령에 담기로 하면서 실제 제도 추진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및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STO 허용을 위한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이달 내 발의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인 '디지털 금융 혁신' 추진의 일환이다. 정부와 민간·학계 등이 그간 논의해온 내용을 토대로 국민의힘 디지털자산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 의원이 대표 발의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토큰증권의 발행·유통이 허용되면 기존의 주식(지분증권)보다 훨씬 다양한 형태의 자산을 쪼개서 투자하는 이른바 '조각투자'가 합법적으로 가능해질 전망이다. 윤 의원은 지난 13일 관련 입법 공청회를 주최하고 "미국 씨티은행은 STO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5조달러(약 6300조원)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제도를 만들고 정착해서 그것이 국제적 표준이 되도록 팔로워가 아닌 리더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청회에서 공개된 이번 법률 개정안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토큰증권의 핵심 기반 기술인 '분산원장' 기술을 법 조항에 명시해 허용하는 것이다. 이는 증권을 거래하는 방법에 관한 것으로, 과거에는 증권 거래자가 실물증서(유가증권)를 교부받아 권리를 양도받았다. 증서를 가져야 해당 증권의 권리자로 인정받는 것이다. 이후 전자증권으로 넘어오면서 거래 정보를 기록하는 전자등록계좌부가 필요해졌고, 이를 기록하고 관리하는 역할은 현재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기관이 중앙집중적으로 맡고 있다. 여기에 앞으로는 금융사가 아니더라도 다수가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분산원장에 ST 거래내역을 기재·관리할 수 있고, 이는 법적으로도 효력이 있는 장부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전자증권법 개정으로 발행인이 자기발행 증권에 관한 정보를 분산원장에 직접 기재·관리할 수 있는 '발행인 계좌관리기관(등록제)'을 신설하는 내용도 담긴다. 증권 발행인이 동시에 계좌관리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현재 삼성전자가 발행한 주식은 삼성전자가 직접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증권사 계좌에서 거래되고 증권사들이 해당 계좌를 관리하고 있다. 이와 달리 토큰증권은 발행 주체가 직접 계좌관리도 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일반 금융기관들과 달리 반드시 분산원장을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자기자본이나 인적·물적 인프라, 대주주, 관련 등록요건 등은 별도로 마련할 예정이다.

아울러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수익증권과 투자계약증권의 장외거래중개업자도 새로 만든다. 기존 일대일(1:1) 상대매매만 허용했던 장외거래에서, 앞으로는 다자 간 장외시장 중개가 허용된다. 비정형적 증권의 다양한 유통시장 형성을 위한 것이다. 증권 발행·유통시장에서의 혁신으로 평가되는 대목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공청회에서 공개된 개정안 골자가 지난 2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에서 크게 벗어난 내용이 없다는 반응이다. 문제는 시행령이다. 당정은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기 위해 입법은 최대한 빨리 추진하고, 세부 요건은 최대한 시행령에 담기로 했다. 시행령에 담길 내용은 아직 업계에 전혀 공유되지 않았다.

업계에서 우려하는 대목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신설되는 장외거래중개업자가 발행·인수·주선한 증권은 해당 업자가 운영하는 장외시장에서 거래가 원천적으로 금지된다는 대목이다. 이른바 '발행-유통 분리 원칙'으로, 금융당국은 이해상충 방지를 주된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실제 이해상충 가능성을 따져서 낮은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 보완 조치를 마련해서 (발행과 유통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에 대해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해상충 문제를 내부통제장치 등으로 통제할 수 있다면 (증권 발행·유통을) 하면 되지만, 통제가 불가능하면 금지하는 게 맞다"며 "이는 자본시장의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각투자는 기본적으로 저가증권이고 투자정보도 부족하다"며 "만약 발행과 유통의 분리 완화가 필요하다면, 이해상충 정도가 낮은 발행과 주선, 인수 등 단계적으로 해야지 처음부터 발행과 유통을 분리하라는 요구는 작금의 현실과 법리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두번째는 장외시장에서 일반투자자의 투자 한도가 제한(시장별·종목별)된다는 점이다. 공청회에서는 구체적 수치가 제시되지 않았으나, 일각에서는 투자 한도가 1000만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역시 시행령에서 명시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과도한 고위험 투자로부터 일반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는 입장이지만, 발행 규모에 대해서는 별도 제한이 없는 반면 투자자에게만 한도를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다.

관련해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과거 온라인 소액 투자중개업이나 개인 간 거래(P2P)업에서 일반인에 대한 투자 한도를 뒀다가 실제 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일반 투자자들도 '자유투자 원칙'에 따라 충분히 투자할 수 있을 정도로 한도를 허용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금융투자업계도 초기 산업 발전을 위해 투자 한도를 가능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류지해 미래에셋증권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이사는 "일반적으로 투자상품에 대한 제한은 상품(특성)에 따라 차이를 두는데,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우려된다"며 "좀 더 합리적인 수준에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는 현재 증권사들의 의견을 취합 중으로, 조만간 이를 금융당국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뿐만 아니다. 조각투자 사업에 뛰어든 업체들이 대부분 신생 기업이고, STO 법제화 취지 자체가 벤처·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창구를 다양화하기 위한 것인데도, 신설되는 발행인 계좌관리 기관에 대한 규제가 과도하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시행령에 발행인 계좌관리 기관에 대한 자기자본, 인력·물적설비, 분산원장, 사회적 신용·대주주·임원, 이해상충 방지체계 등 등록 요건이 명시될 예정인데, 토큰증권 사업의 초기 수익성에 비해 과도하다는 것이다. 또 분산원장 기술 도입에 따른 장부의 검증 책임, 다수 계좌관리 기관의 신뢰성과 시스템 안정성 문제, 개인정보 암호화 방식 등 시행령 수립 과정에서 논의해야 할 세부 쟁점이 적지 않다.

그나마 신속한 법안 통과의 필요성에는 민·관·학계 모두 공감대를 나타냈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개정안은 글로벌 자본시장, 규제 관점에서도 굉장히 신속한 대응으로 평가된다"며 "가상자산기본법이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5년 넘게 걸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입법 과정에서의 신속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법안이 연내 처리될 경우 공포 1년 후 본격 시행된다. 이수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내년 말 이전에 정식 제도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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