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특사경법’ 도입 탄력 받나…‘의료계 반대’ 넘어야 할 산

신대현 2023. 7. 1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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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오랜 숙원사업인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도입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여야 모두 관련 법안을 발의하면서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과거 건보공단은 여러 차례 특사경 도입을 추진했지만, 의료계 반발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 이번에야말로 의료계 반대를 넘어 특사경을 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최근 건보공단 임직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특사경법 발의가 이어지고 있어 의료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5월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보공단 특사경 부여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이달 12일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사법경찰관리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 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동안 건보공단 특사경법은 민주당에서 주도해왔는데, 여당에서도 비슷한 발의가 이어진 것이다. 사무장병원 등 불법 의료기관으로 인한 의료 질 저하와 건강보험 재정 누수 방지라는 목적은 동일하다.

의료계, 반대 입장 고수…“무분별한 권한 남용 우려”

의료계는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의료인의 정당한 진료권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명하 서울특별시의사회 회장은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의 법률로도 충분히 불법 개설기관에 대한 지도와 감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특사경 도입에 반대하는 것”이라며 “이미 불법 의료기관에 대한 이중삼중 대비책이 마련돼 있는 상황에서 건보공단에까지 사법경찰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불법 의료기관으로 보기 어려운 의료기관에 대해서도 무분별한 권한 남용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법경찰직무법’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전문 지식이 정통한 행정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해 수사 활동을 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 소속 사법경찰관이 존재하고 이들에 의한 불법 의료기관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각 지방경찰청마다 의료범죄전담수사팀이 운영되고 있고, 각 지자체에서는 민생사법특별경찰단이 가동된다. 이들 모두 불법 의료기관에 대한 조사를 전담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의사단체들도 전담 조직을 두고 불법 의료기관에 대한 고발조치를 하는 등 의료계 자정작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같은 지역에서 환자를 공유하며 진료하는 원장들은 어디가 사무장병원의 행태를 띠고 진료를 하는지 알 수 있다. 의료기관 개설 시 행정기관 대신 지역의사회가 인허가를 시행하고, 지역의사회에 관여된 의사들은 자율 규제를 통해 단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 역시 “특사경을 도입하려는 목적은 결국 사무장병원을 적발하겠다는 건데, 지역의사회와 협조하면 다 솎아낼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특사경 도입은 선량한 의료기관을 옥죄는 것에 불과하다”며 “지역의사회와 협력해 불법 개설기관 단속 인원을 선별하면 그만이다”라고 주장했다.

수사 기간 평균 11.8개월…“3개월 만에 환수처분 가능”

건보공단은 국회에 특사경법의 당위성을 피력하고, 언론을 통해 불법 개설기관 폐해사례를 알리는 등 불법 개설기관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건보공단은 사무장병원 단속이 시작된 지난 2009년부터 2021년까지의 데이터를 모아 불법 개설기관을 적발한 실적을 홍보하는 한편 특사경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건보공단이 특사경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는 이유는 불법 개설기관에 대한 수사에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불법 개설기관으로 분류돼 검찰 송치나 법원 기소 등의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폐업과 함께 재산을 처분해버려 압류할 자산이 없어 징수가 어렵다는 것이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현재 수사기관의 사무장병원에 대한 수사 기간은 평균 11.8개월이다. 길게는 4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건보공단은 특사경이 도입될 경우 수사 착수 후 3개월 만에 환수처분이 가능해져 조기 압류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수사 장기화로 건강보험 재정 누수가 가중돼 건강보험 제도가 붕괴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보험 재정은 국가재정이 투입되고 국민이 납부한 보험료로 조성된다. 건보공단은 불법 개설기관에 요양급여비용이 지급되지 않도록 관리할 책임과 사무장병원에 대한 신속한 수사 종결을 통해 재정 누수를 방지할 책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건보공단이 분석한 불법 개설기관 폐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1년까지 환수가 결정된 1698곳 중 폐업한 의료기관은 1635곳(96.3%)에 달한다. 이 중 불법 개설기관으로 의심돼 수사기관 수사 중 폐업한 기관은 1404개소(85.9%)였다. 환수 결정 금액은 3조3674억원에 달하지만, 징수율은 6.4%에 그쳤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원활한 입법 추진을 위해 특사경법을 발의한 의원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에 도입의 당위성을 적극 알리고, 방송과 신문 등 언론 홍보를 전개해 특사경법의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지난 11일 취임한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도 불법 개설기관 근절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정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불요불급한 재정 지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실 있는 급여 지출 관리체계를 운영하고, 불법 개설기관 적발 등을 통해 재정 누수를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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