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포 아니었던 초보 감독들의 엄벌볼, 위기의 삼성·NC 구할까
윤승재 2023. 7. 18. 06:02
“팀 분위기를 해치는 선수는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
“‘원팀(one team)’에서 벗어나는 선수는 가차 없이 벌을 주겠다.”(강인권 NC 다이노스 감독)
지난겨울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감독이 된 박진만(46) 감독과 강인권(51) 감독의 취임일성은 살벌했다. 좋은 말만 가득할 법한 취임식 인터뷰에서 두 사령탑은 선수단 화합을 강조하면서도 경고의 메시지도 함께 날렸다. 어수선했던 팀 분위기를 바로잡은 그들의 카리스마가 고스란히 묻어난 발언이었다.
그로부터 반년 뒤, 이들의 경고는 '엄포'가 아니라는 게 증명됐다. 박진만 감독은 지난 6월 오승환(40·삼성)을 2군으로 내려보냈다. 오승환이 지난달 16일 수원 KT 위즈전 교체 과정에서 글러브를 패대기치는 격한 모습을 보이자 그를 1군에서 제외한 것이다. 7월엔 강인권 감독이 박건우(32·NC)를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이전부터 잦은 교체 요청으로 팀의 원칙을 해친 그를 전력에서 제외했다.
박진만 감독은 오승환을 향해 "팀 분위기가 (연패로) 가라앉아 있고 젊은 선수들이 많은 가운데, 고참 선수로서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행동이었다"라며 쓴소리를 했다. 강인권 감독도 박건우에게 "고참으로서 실력뿐 아니라 필요한 덕목이 있다"라며 팀 분위기를 해친 그를 질타했다.
취임식 때 말한 ‘팀 분위기를 해치는 선수’라면 아무리 경험이 많고 성적이 좋아도 용납할 수 없었다.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에 빛나는 베테랑(오승환)도, 100억원의 거액 FA(자유계약) 선수(박건우)도 서린 칼날을 피해 갈 수 없었다. 두 초보 감독은 말이 아닌 행동에 나섰다. 이는 선수단에 던지는 그 어떤 메시지보다 강력했다.
두 감독의 경고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삼성은 오승환 말소 이후 불펜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연패를 거듭했고 삼성의 순위는 어느새 최하위까지 추락했다. 팀 분위기도 나아지지 않았다. NC 역시 박건우를 제외하고 치른 경기에서 연패를 더 추가했다. 두 팀 모두 전반기 막판을 승리로 장식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지만, 후반기까지 해당 분위기가 이어질지는 두고볼 일이다.
두 감독은 코치, 감독대행 시절부터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이끌어 왔다. 감독대행 시절엔 팀 분위기를 잘 수습하며 시즌 막판에 좋은 성적도 거뒀다. 카리스마 효과를 톡톡히 본 두 사령탑은 감독이 돼서도 그 기조를 이어가고자 한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초보 감독들의 ‘엄벌 볼(ball)’이 지난해처럼 위기에 빠진 두 팀을 구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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