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건 “헝클어질 수 있는 지금이 좋다” [쿠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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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동건은 백마 탄 왕자였다.
"저는 욕심이 많고요. 제게 관대하지도 않아요. 그게 20년 넘게 일한 원동력 같습니다. '많이는 필요 없다. 조금만 더 잘하자' 그게 제 좌우명이에요. '파리의 연인' 같은 히트작은 제 삶에 주어진 커다란 행운이었어요. 앞으로 또 다른 행운을 기대하면서, 설령 그런 행운이 더는 없더라도, 무던하게 열심히 살아가려고요. 어느 하나 모자란 것 없이 예뻐야 하는 역할을 할 때보다, 머리나 화장에 신경 쓰지 않고 헝클어질 수 있는 지금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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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동건은 백마 탄 왕자였다. 시청률 50%를 넘긴 SBS ‘파리의 연인’에서 그는 자동차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자유로운 영혼이었고, KBS2 ‘낭랑 18세’에선 최연소로 검사가 된 엘리트였다.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셀러브리티’에서도 이동건은 남 부러울 것 없어 보인다. 대형로펌 태강을 소유한 변호사 진태전을 맡았다. 하지만 더는 백마 탄 왕자가 아니다. 뼛속까지 권위의식에 찌든 진태전은 앞날을 가로막는 상대는 뭐든 묻거나 치운다. 한마디로 악당이다.
지난 12일 서울 청담동 FNC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이동건은 “요즘 악당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사랑에 빠져 물불 안 가리던 로맨티스트의 깜짝 변신이다. 그가 진태전 역할을 덥석 수락한 이유도 이런 반전에 있었다. “양면적이고 이중적인 진태전에게 제 외모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악해 보이지 않는 얼굴로 악한 일을 하면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 테니까요.” 이동건은 “(악역을 맡으면) 현실에서 뿜을 수 없는 에너지를 표현할 수 있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셀러브리티’는 이동건이 TV조선 ‘레버리지 : 사기조작단’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드라마다. 촬영은 2021년 시작해 지난해 끝났지만 컴퓨터그래픽(CG) 등 후반 작업이 많아 공개가 늦어졌다. 그래서일까. 이동건은 “오랜만에 촬영한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셀러브리티’가 공개되기 일주일 전부터 긴장과 스트레스에 몸이 아플 정도였다고 한다. 다행히 작품은 공개 2주 차에 넷플릭스 비영어권 TV드라마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하는 등 해외에서 인기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서아리(박규영)가 SNS 세계에 발을 들인 후 유명 인플루언서들과 암투를 벌이는 과정이 전 세계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SNS는 당근마켓만 겨우 한다”는 이동건도 “SNS의 파괴력과 영향력은 익히 알고 있었다”고 한다. “진태전도 SNS를 열심히 하는 캐릭터는 아니라 따로 공부할 필요는 없었어요. 대신 전형적인 악인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죠. 직업이 변호사이니 양복을 입되, 머리는 자연스럽게 연출했어요. 헤어 제품 한 번 쓰지 않았죠.” 누구든 지배할 수 있다는 위압감에 현실감을 녹여 완성한 진태전은 자신이 저지른 죄에 발목을 잡힌다. 진태전이 화장실에서 꽁초를 주워 담배를 피우는 장면은 이동건이 꼽은 베스트 컷. 그는 “감독님이 근사하다고 칭찬해주신 장면이라 나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동건은 꽃미남들의 시대에서 20대를 보냈다. 환상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인물이 돼 “이 안에 너 있다” 같은 대사로 여심을 훔쳤다. 40대가 된 그는 다른 꿈을 꾼다. 그는 “내게 어울리는 다른 역할을 찾는 과정이 즐겁다”고 했다. ‘셀러브리티’ 공개를 기다리는 동안 출연을 검토하던 작품이 엎어지는 우여곡절도 겪었지만, 여유와 신중함을 잃지 않겠다고도 했다. 이동건은 “어렸을 땐 내게 주어진 모든 걸 당연하게 여겼다. 지금은 정반대다.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모든 것이 소중하고 의미 있다”며 “이게 내가 나이 드는 법”이라고 말했다.
“저는 욕심이 많고요. 제게 관대하지도 않아요. 그게 20년 넘게 일한 원동력 같습니다. ‘많이는 필요 없다. 조금만 더 잘하자’ 그게 제 좌우명이에요. ‘파리의 연인’ 같은 히트작은 제 삶에 주어진 커다란 행운이었어요. 앞으로 또 다른 행운을 기대하면서, 설령 그런 행운이 더는 없더라도, 무던하게 열심히 살아가려고요. 어느 하나 모자란 것 없이 예뻐야 하는 역할을 할 때보다, 머리나 화장에 신경 쓰지 않고 헝클어질 수 있는 지금이 더 좋습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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