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도 안 보이는 50㎜ 물폭탄…한국 '극한호우' 86% 늘었다
지난 25년간 한국의 여름철 ‘극한호우’ 빈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극한호우는 시간당 50mm이상의 강수량을 보이며 홍수와 침수를 유발하는 극심한 호우를 말한다. 중앙일보가 기상청의 장수량 자료를 분석했더니, 최근 25년의 극한호우 일수가 과거 25년보다 86%가량 늘었다.
50년 사이, 극한호우 두 배로 증가
중앙일보가 기상청이 전국 관측망을 확대한 1973년 이후 여름철(5~9월) 강수량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25년(1998~2022년) 동안 전국 66개 지점에서 극한호우(시간당 50㎜ 이상)가 발생한 날은 총 419일, 연평균 16.8일이었다. 과거 25년(1973~1997년)에 극한호우가 연평균 9일씩, 총 225일 발생한 것에서 86.2% 증가했다. 여름철 극한호우의 빈도가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는 의미다.
강남 침수 계기로 ‘극한호우’ 개념 등장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후변화예측연구팀장은 “극한호우 같은 강한 비는 점점 늘어나는 반면, 약한 비는 반대로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렇게 비의 패턴이 양극단으로 향하다 보니 재난 재해의 위험도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수증기 증가, 동아시아 극한호우 불러”
기상학자들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나타나는 극한호우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꼽고 있다. 기온이 점차 오르면서 대기가 과거보다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을 수 있게 됐고 이로 인해 비가 내릴 때마다 더 강한 강도로 쏟아진다는 것이다.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것 역시 여름철 수증기의 유입을 더욱 강화한다.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데워진 바다가 북태평양고기압을 강화시키면서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한반도로 더 많은 수증기가 유입된다”며 “최근에도 남쪽의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과 북쪽의 차가운 고기압 사이로 한반도로 향하는 수증기의 길이 펼쳐지면서 강한 비가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일어난 변화, 현실적 대응책 필요”
호우 대책은 극한호우의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기상청의 극한호우 재난문자 역시 올여름에는 수도권 지역에만 시범 적용돼 정작 피해가 큰 충청 이남 지역에서 활용되지 못했다.
변 팀장은 “현재 건설된 제방은 아무리 규모가 커도 100년 빈도의 비에 견딜 수 있게 설계가 돼 있다 보니 그 이상의 극한호우가 발생하면 홍수가 날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를 완화해야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이미 일어난 변화에 대응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방광암 치료하러 오지마라" 담배 냄새 맡은 명의 일침 | 중앙일보
- 발목까지 물차는 수십억 새 아파트…지하주차장 본 교수 혀찼다 | 중앙일보
- [단독] 추경 다 깎인 TBS…강석·박철, 출연료 없이 방송한다 | 중앙일보
- 인도적 지원이나 '살상무기' 못잖다…尹 묘수, 우크라 지뢰제거 | 중앙일보
- 성남시가 맺어준 39쌍 커플…세금 들여 중매사업, 어떠신가요 | 중앙일보
- "쓰나미급 물살, 탈출 불가"…극한호우 늘어난 한국 '지하 공포증' | 중앙일보
- "옷 벗고 돌아다니는 여자 있다"…집에 가보니 친언니 시신, 무슨 일 | 중앙일보
- '혼수상태설' 주윤발, 팬들 웃겼다…무대 올라 마이크 잡고 농담 | 중앙일보
- 돌싱남 '재혼 조건' 1위는 외모…여성은 돈·외모 아닌 '이것' | 중앙일보
- 대학병원 여의사 매운 주먹…3년 만에 프로복싱 한국 챔피언 등극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