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기업금융 명가' 부활 선언 '태풍의 눈' [우리금융 퀀텀점프②]

부광우 2023. 7.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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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회복 나선 옛 최강자의 '포효'
'스페셜리스트' 조병규號 행보 분주

우리금융그룹에게 지난 몇 년은 말 그대로 격랑의 시기였다. 아픈 기억을 딛고 금융지주를 부활시켰고, 결국 완전 민영화를 이뤄내며 최대 숙원 사업을 매듭지었다. 그리고 올해부터 그룹을 총괄할 수장으로 임종룡 회장이 등장하며 새로운 지배구조에 신호탄을 쐈다. 이제 우리금융은 오늘의 혁신으로 내일의 가치를 만들겠다는 슬로건 아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퀀텀점프를 준비하는 우리금융의 청사진을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조병규 신임 우리은행장이 3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전하고 있다. ⓒ우리은행

우리은행이 기업금융 명가의 부활을 선언하며 이목을 끌고 있다. 과거 은행권에서 관련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하다가 시나브로 경쟁자들에게 자리를 내주며 체면을 구긴 현실이지만, 이제는 자존심을 되찾으며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특히 기업 영업에서 잔뼈가 굵은 조병규 행장이 수장 자리를 꿰차면서 우리은행이 태풍의 눈으로 부각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KB국민·신한·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들이 기업에 내준 대출금 잔액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총 578억6955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의 몫은 130조3693억원으로 조사 대상 은행들 중 제일 적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기업 대출 규모가 각각 147조5227억원과 142조4470억원으로 140조원 대를 기록했고, 국민은행이 158조3566억원으로 최대였다.

하지만 10여년 전으로만 시간을 돌려 보면 우리은행은 기업금융에서 누구보다 두각을 드러내 온 곳이었다. 실제로 2010년 말까지만 해도 우리은행은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73조2194억원의 기업 대출금을 확보하고 있었다. 당시 나머지 은행들의 해당 금액은 ▲국민은행 71조5042억원 ▲신한은행 63조5128억원 ▲하나은행 62조2366억원 등으로 우리은행에 미치지 못했다.

거슬러 올라갈수록 우리은행의 배경에 남겨진 기업금융의 발자취는 한층 뚜렷해진다. 옛 전신 중 하나인 한일은행 시절부터 삼성그룹과 포스코 등과 주거래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커온 역사는 우리은행의 성장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일화다. 아울러 보다 오래 된 기억인 조선상업은행 시절부터 우리은행은 100년 넘는 시간 동안 서울특별시청과 산하 구청들의 금고 은행이기도 했다.

비록 예전보다 힘이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기업금융 부문에서의 내공은 지금도 우리은행의 버팀목이다. 금융감독원은 해마다 주채무 계열별 주채권 은행이란 이름으로 재벌 대기업들의 주거래 은행을 발표하는데, 올해 역시 우리은행이 38개 그룹 중 11개를 마크하며 최다를 기록했다. 이어 ▲KDB산업은행(10개) ▲하나은행(8개) ▲신한은행(6개) ▲국민은행(2개) ▲SC제일은행(1개) 등 순이었다.

주채무 계열별 주채권 은행 현황.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이런 와중 우리은행의 새로운 최고경영자가 된 조 행장이 취임 일성으로 기업 대상 비즈니스 강화를 천명하면서 앞으로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조 행장은 지난 3일 취임식에서 기업금융의 명가로서 차별화된 서비스로 시장을 선도하고, 기업과 동반성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특화채널을 신설해 지원을 강화하고 새롭게 성장하는 유망한 기업에 투자하는 등 기업금융 영업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이어 조 행장은 기업금융 특화 채널 구축을 골자로 한 조직 개편까지 단행하며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은행은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에 반월시화BIZ프라임센터를 개설, 산업단지 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융자를 통한 자금 지원과 기업컨설팅은 물론, 자산관리 특화서비스 제공을 위한 전문 인력도 배치해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조 행장의 이런 행보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이기도 하다. 행장 선임 당시부터 기업 영업에서의 강점이 부각돼 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조 행장은 ▲​우리은행 본점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 ▲대기업심사부장 ▲강북영업본부장 ▲기업그룹 집행부행장 등에 이르기까지 기업 영업 분야에서 주로 경험을 쌓았다.

우리금융 역시 조 행장을 낙점하며 이 같은 면을 높게 샀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금융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5월 조 행장을 새 우리은행장으로 점찍으면서, 그의 영업력을 가장 중요하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지주는 전략, 계열사는 영업을 중시한다는 그룹 경영 방침에 따라 최우선 기준을 영업력 뒀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기업금융 시장에서 과거처럼 압도적인 역량을 과시하진 못하고 있지만, 여전히 비교우위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관련 영업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만큼 시장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권이 전통적인 예대 마진 중심의 전략만으로는 특별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고, 이런 영업 방식을 둘러싼 정부의 기조와 여론의 시선도 부정적"이라며 "장기적으로 기업금융의 중요성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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