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후 5개월, 튀르키예 안디옥교회에 싹트는 희망

월드휴먼브리지 지진 구호 모니터링팀 17일 현지 방문
문화재로 지정된 교회, 정부에 재건 신청 후 발 빠른 복구 나서

흑해 연안 삼순 지역의 '삼순교회' 체틴 보락 장로가 17일 지진으로 무너진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 안디옥개신교회의 폐허에서 '영어일기 영작패턴'이라고 적힌 교재를 들어 보이고 있다.

17일(현지시각)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 시내 중심에 있던 ‘안디옥개신교회’는 강진이 덮쳤던 지난 2월의 그 날에 멈춰있는 것처럼 보였다.

지진으로 3층 높이의 석조 건물의 2·3층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이날 교회뿐 아니라 한 마을이 전부 지진으로 크고 작은 피해를 보았다. 몇몇 건물의 잔해만 치웠을 뿐 적지 않은 집과 관공서 등은 폭격을 맞은 듯 찢겨 속을 훤히 드러내 보였다.

지진이 할퀸 상처가 그대로 남은 마을에는 대낮이었는데도 인적이 뜸했다. 섭씨 39도를 넘는 폭염을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간간이 식혔지만, 그때뿐이었다. 날카로운 햇살은 폐허의 참상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교회가 있는 안타키아는 성경에 등장하는 안디옥이다. 서울 광림교회(김정석 목사)가 2000년 튀르키예 정부의 허가를 받아 1923년 세워진 유서 깊은 건물에 안디옥개신교회를 세웠다.

이 건물은 100년 전 세워진 뒤 프랑스 영사관과 은행 등으로 사용됐다. 아름답고 이색적인 건축물로 가치를 인정받아 튀르키예 정부가 문화재로 지정했다. 2007년부터 사역을 시작한 장성호 선교사는 튀르키예인 뿐 아니라 시리아 난민 등을 품었고 이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덤프트럭이 17일 폐허가 된 튀르키예 안디옥개신교회(오른쪽) 옆을 흙먼지를 날리며 지나고 있다. 폐허가 된 교회 앞에 이름 모를 꽃이 피어 있다.

적지 않은 사연을 지녔던 교회가 지진으로 무너진 뒤 5개월이 지나도록 그대로 있는 모습을 보는 이들은 말없이 한숨만 내쉬었다.

김진섭 월드휴먼브리지(대표 김병삼 목사) 사무총장도 마른 한숨 끝에 “여태 이 모습 그대로 있다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월드휴먼브리지는 지진 직후 흩어진 교인과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장 선교사에게 구호금을 전하기도 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슬람 국가인 튀르키예, 그것도 선교의 출발지와도 같은 안디옥에 있던 개신교회가 이렇게 무너진 게 무척 안타깝다”면서 “다만 교회뿐 아니라 온 동네가 전혀 복구하지 못하고 있어 더욱 마음이 무겁다”고 전했다.

모니터링팀을 인솔한 이요한 SWM선교회 한국본부 대표도 “이 건물이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보니 잔해를 치우는 것도 뜻대로 할 수 없다”면서 “이 지역 개신교인을 비롯해 난민들을 위해 복음을 전했던 교회가 다시 일어설 수 있길 바라며 기도할 뿐”이라는 바람을 더했다.

교회 재건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이 교회가 문화재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장 선교사는 현재 튀르키예 문화재청에 재건 신청을 했고 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어 조만간 재건 일정이 나올 전망이다. 잔해물 해체 작업은 금명 간 시작된다.

또한 안디옥교회 재건과 이재민 구호를 위해 사용해 달라고 전국 교회가 보내온 구호기금도 순차적으로 집행되고 있다. 이 기금으로 이재민 임시거주를 위한 컨테이너 건립도 하고 있다. 지진 초기부터 구호팀 파견과 재정 지원에 나선 광림교회도 교회 재건을 위해 각종 행정적 지원에 나섰다. 글·사진=안타키아(튀르키예)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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