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환경부 어떻게 수해관리 하나" 5년 전부터 지적 있었다
‘오송 지하차도’ 사고와 관련해 하천 관리책임의 주체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초 전국 하천의 정비 및 제방관리 등의 권한은 국토교통부에 있었는데 지난해 1월부터 환경부로 이관되면서 혼선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하천 종류와 위치에 따라 관리 책임이 중앙정부와 지자체로 혼재된 것도 사태를 키운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15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2지하차도에서 발생한 침수사고는 인근 미호천교 증설공사 현장 옆의 임시제방이 폭우로 불어난 미호강 유량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강물이 삽시간에 지하차도로 쏟아지면서 차량 17대가 물에 잠긴 참변이었다. 당시 오전 4시 10분부터 미호천교 인근에 호우경보가 내려졌고 오전 6시 30분에는 미호강 수위가 ‘심각’까지 도달해 금강홍수통제소가 흥덕구청에 교통통제가 필요하다고 알렸지만, 곧바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컸다.
①미호강 범람 책임 두고 신경전
미호강은 국가재정을 들여 관리되는 국가하천이다. 관리책임은 환경부에 있지만, 환경부는 국가하천 중 5대강 본류와 경인 아라뱃길 등 일부만 직접 관리한다. 나머지는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한다. 미호강도 환경부가 충청북도에 위임하고, 충북도가 다시 청주시에 재위임하는 형식이다. 그렇다 보니 책임을 놓고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옥신각신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호강 범람의 직접적 원인인 임시제방과 관련해서도 책임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임시제방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진행하는 미호천교 증설공사 과정에서 지어졌다. 그런데 이 공사에 대한 하천점용 허가권은 청주시가 아닌, 환경부 산하 금강유역환경청이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공사허가를 내준 환경부와 미호강 관리를 위임받은 청주시가 사전에 위험성을 인지하고 이를 제대로 점검했는지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사고구간 일대는 하천점용허가를 내준 금강유역환경청이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에 환경부 관계자는 “전반적인 제방 관리에는 지자체 책임이 있다”고 반박했다.
②환경부 수해관리에 우려 쏟아져
환경부에 대한 우려는 5년 전 수자원 관리 권한을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넘길 때부터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초기부터 수자원 관리 부처를 한 곳으로 모으는 ‘물관리 일원화’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민주당은 “각 부처에 나누어진 수자원 관리 권한을 환경부로 일원화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로 정부조직법 개정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하지만 야당은 “환경부에 권한을 몰아주는 것은 오히려 수해 피해를 키울 수 있다”며 반대했다. 2018년 5월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지상욱 전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장은 연단에 나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국가 중 환경부가 수자원을 통합 관리하는 곳은 연중 강우량이 일정한 유럽 8개 국가뿐”이라며 “우리나라의 연중 강우량 70%는 8~9월 폭우기에 집중된다. 홍수가 나면 환경부가 어떻게 치수를 해서 국민을 구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럽 국가를 모델로 삼을 것이 아니라, 우리와 강우 주기가 비슷한 중국과 일본의 ‘국토수리부’(한국의 국토교통부)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했다.
2020년 12월에는 하천 수리 권한까지 환경부에 넘기는 개정안이 본회의에 올라왔다. 그러자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반대토론에서 “하천은 국토의 혈관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국토관리를 총괄하는 국토교통부에서 계속 관리해야한다”고 했다. 하지만 두 법안 모두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밀어붙여 가결됐다.
이처럼 환경부에 수자원 관리권한이 이관됐지만, 제대로 역할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환경부는 환경보호와 자원관리를 중점적으로 다뤄왔는데 이와는 분야가 다른 치수(治水) 문제에 대해서는 노하우가 적기 때문이다. 이에 환경부는 2021년 6월 물관리정책실을 신설하면서 국토교통부 공무원을 일부 영입했고, 최근에는 물관리정책실장을 국토교통부 출신으로 교체하려고 하고 있다.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는 “환경규제 업무에 주력했던 환경부에 갑자기 수해 관련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했다.
김효성·김다영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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