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사고, 대안학교로 바꾼다…"정권 따라 흔들리지 않게"

최민지 2023. 7. 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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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사관고등학교 전경.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원조’격인 민족사관고(이하 민사고)가 대안학교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민사고는 최근 강원도 교육청에 대안학교 지정 절차를 문의하며 전환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원도 교육청 관계자는 17일 “자사고가 대안학교로 전환한 사례가 전무한 상황이라 (전환 의사를 전달받고) 우리도 적법한 절차와 가능 여부를 교육부에 유선으로 질의했다. 이후 법률 검토를 거쳐 교육부에 공식적으로 의견을 물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도 교육청에 자사고 지정 취소와 대안학교 지정에 대한 절차를 안내했다”고 말했다.

강원도 횡성에 자리 잡은 민사고는 1996년 개교 이래 엘리트 교육의 기조를 유지해 온 사립고다. 광양제철고, 상산고, 포항제철고 등과 함께 김대중 정부 때 고교 평준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원조 자사고(자립형사립고) 중 하나다. 영국의 이튼칼리지, 미국의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 같은 세계적인 사립학교를 지향하고 있다. 현 고교학점제의 초기 모델인 교과교실제 등 수업 모델로 학부모들의 이목을 끌었고, 졸업생들이 국내는 물론 해외 명문대에 대거 진학하며 명문고로 자리매김했다.


“안정을 위해”…정권 따라 희비 엇갈린 자사고


민사고가 대안학교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이유는 ‘안정적인 학교 운영을 위해서’다. 민사고 관계자는 “설립 취지를 살려 수업을 편성하고 학생을 선발하면서도 학교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려면 대안학교가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이 섰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성원 의견 수렴이 되는 대로 가능한 한 빨리 학교 전환을 추진하려고 한다. 빠르면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부터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사고가 내부 검토 중인 대안학교는 학력이 인정되는 인가형으로 교육부의 기본교육과정을 따르기 때문에 학력이 인정되며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지난 2020년 1월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 교육정책분과 주최 '문재인 정부의 외고, 자사고, 국제고 폐지 반대 기자회견 및 정책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민사고의 경우처럼 자사고가 ‘안정’을 거론하는 지경에 이른 이유는 좌우 정치 진영의 틈에서 여러 변화를 겪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때 자립형이라는 표현이 자율형으로 바뀐 자사고가 됐지만, 이후 폐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교육감 직선제로 당선된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자사고 폐지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고, 문재인 정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2025년까지 자사고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윤석열 정부는 다시 자사고 존치로 방향을 틀었다.

민사고는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이 진행된 2021년 “일반고로 전환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자사고 교장은 “이번 정부 들어 자사고가 지위를 유지하긴 했지만, 언제 또 시행령이 바뀌어서 학교가 문을 닫을지 모르는 처지 아니냐”고 말했다.


더 큰 재량 찾아 대안학교로 전환


지난달 21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교육부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존치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연합뉴스
민사고가 전환을 추진하는 대안학교는 학사 운영이나 학생 선발 면에서 학교 재량이 크다. ‘대안학교의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은 교육과정을 학교장이 정하고 교과서를 자체 개발해 사용할 수 있게 정하고 있다. 학생 선발의 시기와 전형에서도 재량이 인정된다.

자사고는 일반고 3년간의 졸업 이수 단위와 비교했을 때 재량의 범위가 제한적(3년간 총 180단위 중 9단위 정도)이다. 학생 선발에서도 전기에 학생을 모집하는 영재학교·과학고 등 특수목적고와 달리 자사고는 일반고와 함께 후기에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현 정부가 자사고를 존치시키면서 전국단위 자사고의 지역인재 선발 비율(20%)을 정하면서 운신의 폭이 더 좁아졌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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