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사교육, 가장 심각한 ‘구성상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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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가 제시한 시장경제 원리는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도 좋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가장 소모적이고 심각한 구성상의 모순은 사교육이다.
문제는 사교육이 학생들에게 결코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사교육을 없애기 위해서는 킬러 문항 없애는 것으로 상징되는 입시제도의 개선과 함께 공교육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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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가 제시한 시장경제 원리는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도 좋다는 것이다. 그런데 예외는 있다. 게임이론 용어로 이른바 ‘수인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가 그렇다. 이는 게임의 균형이 참여자 모두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두 기업이 게임 참여자일 때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보다는 대충 경쟁하고 적절하게 가격을 올리는 것이 두 기업 모두에 더 좋을 수 있다. 물론 소비자를 빼놓고 하는 게임인 경우다.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참여하는 게임에서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나타날 때 사회과학에서는 이를 ‘구성상의 모순(fallacy of composition)’이라고 부른다. 즉 모든 사회 구성원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지만 그 결과가 반드시 사회 전체적으로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일이 정말 있을까? 종종 나타난다. 축구장에서 한국 대표팀이 멋진 역습을 펼쳐 상대방 골문 앞에 다다를 때 흥분한 관중은 벌떡 일어서게 된다. 그 바람에 그 뒤의 다른 관중도 일어서야 한다. 안 보이기 때문이다. 다 앉아서 보면 되는데 결국 다 서서 봐야 하는 불편함이 나타난다.
한국 사회의 가장 소모적이고 심각한 구성상의 모순은 사교육이다. 한국에서 자녀를 가진 모든 부모는 사교육의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다른 아이들 다 하는데 우리 아이가 안 하면 성적 떨어지고 좋은 대학을 못 간다는 두려움에서 자유로울 부모가 어디 있을까. 문제는 사교육이 학생들에게 결코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사교육은 창의력, 체력, 인문학적 상상력, 논리적 사고력 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쓸데없이 잔머리와 눈치를 동원하며 이중 삼중으로 꼬아 놓은 킬러 문항을 푸는 것이 진정한 실력 향상에 무슨 도움을 주겠는가.
사교육은 두려움을 이용해 파고든다. 그래서 동원되는 수법이 공포 마케팅이다. 대부분의 학원은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우선 실력을 확인한다면서 시험을 보게 한다. 그리고 부모를 불러 겁을 준다. 이 실력으로는 좋은 대학 못 간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필요한 강좌를 제시하고 고액의 학원비를 챙긴다. 어느 학원의 다음과 같은 광고 문구에 안 끌리는 지방대 학생이 있을까? “이대로 KTX 탈래? 자퇴하고 2호선 탈래?” 모멸감을 주며 재수해서 서울에 있는 대학 가라는 이런 식의 광고는 학생과 부모의 조급증과 열등감을 자극한다.
또 다른 수법은 선행학습이다. 초등학교 졸업한 학생에게 인수분해와 미적분 수학을 가르치고, 유치원 학생들에게까지 영어책을 읽어야 한다고 겁을 준다. 남들도 다 이렇게 미리미리 공부하니까 한 번 뒤처지면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열심히 공부하면 고등학교 졸업할 때쯤이면 선행학습하는 대부분의 학생은 박사논문이라도 써야 되는 것 아닌가.
말도 안 되는 사교육 협박에 쫓겨 온 국민이 쏟아붓고 있는 돈이 26조원이다. 그렇지 않아도 인구 감소로 낭비되는 교육 예산과 사교육에 쓰이는 돈이 미래세대에게 보다 건강한 방식으로 쓰인다면 얼마나 생산적이겠는가. 사교육을 없애기 위해서는 킬러 문항 없애는 것으로 상징되는 입시제도의 개선과 함께 공교육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학교에서 좋은 내용을 가르치고 숙제도 충실히 내주며 그 숙제를 보조교사를 동원해서라도 정성껏 채점해 돌려준다면 학생들은 학교 교육에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일 것이다. 사교육과의 전쟁은 학생들의 노력과 시간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달렸다.
조성봉(숭실대 교수·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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