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으로 뒤바뀐 지정학… 미국 비둘기파, 유럽 매파

장은현 2023. 7. 18.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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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러시아에 강경책을 펼쳤던 미국이 점점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반면, 전통적으로 러시아에 유화적이던 유럽이 훨씬 더 공세적이 됐다고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나탈리 토치 로마 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은 "미국은 우크라이나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유럽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식으로 (러시아와) 타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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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우크라 나토 가입 소극적
반면 유럽국가들 적극 지지
첨단무기 지원도 입장 엇갈려
우크라이나 여성 아마추어 복싱 국가대표 안나 리센코 선수가 지난 13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의 한 식물원에서 섀도우 복싱을 하고 있다. 2024 파리올림픽 출전을 기다리는 리센코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체육관을 잃자 장소를 옮겨가며 훈련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초청장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러시아에 강경책을 펼쳤던 미국이 점점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반면, 전통적으로 러시아에 유화적이던 유럽이 훨씬 더 공세적이 됐다고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젠 미국이 ‘비둘기파’이고, 유럽이 ‘매파’라는 해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쟁 초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서방의 통일된 대응을 조율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정치적 쟁점’이 되면서 온건쪽으로 노선을 바꾸고 있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미 공화당 하원의원의 3분의 1가량인 70명은 지난 13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안보 지원을 금지하자는 법안에 지지를 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지원하면서 세계를 3차 대전의 위험에 빠뜨렸다”고 비난하고 있다.

카밀 그란드 유럽외교협회(ECFR) 연구원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에선 러시아의 패배가 매우 분명해야 한다는 믿음이 커지는 반면, 미국 일부에선 협상 결과를 만들어 낼 정도의 패배면 된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과 관련한 입장부터 군사적 지원 등 다양한 문제에 있어 미국·유럽 간 입장차가 분명해지고 있다”며 “이런 차이가 지난주 나토 정상회의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해 “동맹국이 동의하고 조건이 충족되면 가입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극적 입장만 개진했다. 그러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즉각 트위터를 통해 “이것은 러시아에 전쟁을 계속할 동기를 부여한다”고 비난했다.

앞서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F-16 전투기 등 첨단무기 제공을 두고서도 적극 지원을 주장하는 유럽과 이를 꺼리는 바이든 행정부간 이견이 노출된 바 있다.

싱크탱크인 폴란드 국제문제연구소의 슬라보미르 뎅브스키 소장은 “유럽에 뒤쳐진 곳은 바이든 행정부이고, 단결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쪽도 바이든 행정부”라고 꼬집었다.

이에 반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 유럽 내 온건파들은 폴란드나 발트 3국처럼 강경파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라인하트 뷔티코퍼(독일 녹색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은 “현재 많은 유럽 지도자들이 안보를 지키려면 푸틴 을 패배시켜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공격을 유럽 전체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나탈리 토치 로마 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은 “미국은 우크라이나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유럽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식으로 (러시아와) 타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17일 발생한 크림대교 폭발 사건과 관련해 “세부사항은 승리 뒤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배후를 자처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의 개입을 암시한 발언으로 읽힌다. 보안국의 한 관계자는 BBC에 “자국이 특수작전을 수행했고, 수중 드론 공격을 벌였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새벽 크림대교에서 두차례 발생한 공격으로 교량 일부가 끊어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러시아 반테러위원회(NAC)는 성명에서 “서방의 참여하에 우크라이나가 수행한 테러공격”이라고 비난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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