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상택 (16) 딱한 사정의 환자 자녀들 돕다 장학재단 설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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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정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식들이 공부를 해야 한다.
당시 우리는 아직 갚아야 할 병원 빚도 적잖았지만, 어려운 학생들에게 개인적으로 초중고, 부산의대 등지에 장학금을 나누기로 했다.
이 일이 2003년 효산장학문화재단으로 이어져 여러 해 학생들을 도왔다.
장학재단 설립하기 전, 아내가 어느 수술 환자를 회진하는데 환자의 따님이 어머니를 돕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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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지원 나중에 대학교수 되고
연탄가스 사고로 졸지에 가장된 소년
우리 집에서 같이 살다 양아들 삼아
한 가정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식들이 공부를 해야 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가정과 국가의 장래가 다음세대인 우리 자녀들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나와 황영희 박사는 궁핍한 환경 속에서 대학 시절을 보냈다. 그때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은혜를 갚는 길이 바로 사람을 기르는 장학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부부는 1970년대부터 장학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우리는 아직 갚아야 할 병원 빚도 적잖았지만, 어려운 학생들에게 개인적으로 초중고, 부산의대 등지에 장학금을 나누기로 했다. 이 일이 2003년 효산장학문화재단으로 이어져 여러 해 학생들을 도왔다.
장학과 관련해 몇 가지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다. 장학재단 설립하기 전, 아내가 어느 수술 환자를 회진하는데 환자의 따님이 어머니를 돕고 있었다. 사연을 듣고 보니 아버지는 수년 전 돌아가시고 대학을 한 학기 다니다가 등록금이 없어 휴학을 한 학생이었다.
안타까운 사정을 들은 우리는 그 환자의 따님이 학교에 다시 돌아가도록 등록금을 지원했다. 그 여학생은 다시 학교로 돌아가 열심히 공부해 나중에 대학교수가 됐다. 무엇보다 고마운 것은 그 학생의 동생 셋도 언니를 본받아 억척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해 대학을 졸업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또 86년 1월 어느 날 부부가 연탄가스 중독사고로 우리 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다. 부부를 돌보는 학생은 고3 졸업반으로 한창 공부해야 할 때였다. 안타깝게도 그의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생명은 건졌지만 후유증으로 정상적 생활이 어려웠다. 졸지에 어머니를 잃고 불구가 된 아버지를 봉양해야 하는 소년 가장의 학생 사정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이 학생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친구들과 부모님들이 힘을 모아 학생에게 대학 입학금을 마련해 주었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도 후원에 동참했다. 그 후 이 학생의 근황이 궁금해 수소문해 본 결과 아버지가 행방불명돼 찾으러 다니느라 학교도 못 다니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이 학생의 학비를 지원하는 한편, 자립할 때까지 아예 우리 집에 들어와 살도록 했다. 어느 날 그 학생이 우리 부부에게 수줍게 이렇게 말했다.
“제가 어머니, 아버지라고 불러도 되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배 안 아프고 아들 하나를 더 얻게 되었다. 새로운 부모를 얻은 그 학생은 성격이 아주 밝아졌으며 열심히 공부해 훌륭한 목회자가 되었다. 지금도 명절이 되면 온 가족이 찾아와 든든한 아들 노릇을 하고 있다.
장학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베푼다는 것은 남을 위한 일이기 전에 먼저 나를 위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적은 물질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배려하지만, 그것으로 말미암아 느끼는 보람은 이루 형언할 수 없으며 기쁨이라는 보상을 먼저 받게 된다. 나눔의 기쁨은 이웃에서 이웃으로 흘러내리는 것이란 걸 체험했다. 하나님의 축복이다.
정리=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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