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U] 팬데믹 후 더 높아진 선교 장벽… ‘풀뿌리 선교’가 답이다

김아영 2023. 7. 18.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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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남 선교사 저서에서 ‘풀뿌리 선교사’로 소개된 은행원 양성민(오른쪽 두번째)씨가 2019년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현지인과 교제하는 모습. 손창남 선교사 제공


포스트 팬데믹의 선교 환경이 녹록지 않다. 선교사의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나라가 많고 세계적인 ‘도시화’ 현상에 따른 높은 주거 비용은 선교 사역에 부담스러운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독교 선교에 대한 세속적 저항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하게’(마 10:16) 선교해야 하는 시대 속에서 전문성 있는 평신도가 일터 학교 가정 등을 통해 타문화권으로 파고들어 복음을 전하는 ‘풀뿌리 선교’가 제도권 선교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금은 ‘창의적 선교’ 시대

캠퍼스 선교단체인 죠이선교회 대표 손창남(69) 선교사는 10여년 전 한국 선교계에 ‘풀뿌리 선교’를 소개하면서 연구를 이어왔다. 1990년 선교단체 한국OMF에서 파송 받아 2001년까지 인도네시아 자바섬 족자카르타 두따와짜나대학에서 회계학을 가르치며 현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제자훈련 사역을 했다.

손 선교사는 1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민 비즈니스 취업 등으로 세계적인 이주 현상이 보편화됐고 도시화 현상으로 선교사가 현지에서 후원금만으로는 생활하기 어려워졌다”며 “힘들게 비자를 받아 선교지에 가더라도 현지인과 접촉점을 만들어 복음을 전하기가 힘든 시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제도권 선교(선교사가 교회·선교단체 파송을 받아 현지에서 사역하는 방식의 선교)를 밀어붙이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다. 창의적인 선교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도행전 속 ‘흩어진 사람들’처럼
사도행전 속 사도 바울과 ‘흩어진 이들’(빨간 점선)에 의해 복음이 전파된 지역 지도. 손창남 선교사 제공

손 선교사는 세계적 선교학자 앤드류 월즈 박사가 50여년 전 사도행전의 ‘흩어진 사람들’이 세계 선교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주장한 내용 등을 통해 미래 선교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이같은 내용을 최근 발간한 저서 ‘풀뿌리 선교’에도 담았다.

‘성령 행전’으로 불리는 사도행전은 초대교회를 통해 복음이 전해지는 과정을 다루는데 여기서 풀뿌리 선교 현장을 발견할 수 있다. 손 선교사는 사도 바울과 그의 동역자인 바나바 못지않게 스데반,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아볼로 등 ‘흩어진 사람들’의 역할도 지대했다고 봤다.

성경에서도 이에 관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그 흩어진 사람들이 두루 다니며 복음의 말씀을 전할새.”(행 8:4) 사도행전 7장에도 담대하게 복음을 증언한 스데반이 순교한 장면이 나오는데 그는 헬라어를 구사한 유대인 디아스포라였다. 전문성을 겸비한 평신도 사역자였던 것이다. 손 선교사에 따르면 풀뿌리 선교는 가정 캠퍼스 비즈니스 등 일상에서 타문화권 사람들과 접촉해 자발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평신도에 의한 선교로 정의된다.

풀뿌리 선교자는 교회나 단체로부터 파송 받지 않아 사역적 책무가 없다. 또 삶 속에서 복음을 전하기 때문에 현지인으로부터 경계를 받을 가능성이 낮다. 자비량 선교로 교회나 선교단체의 재정 부담도 거의 없는 특징을 지닌다.

한국도 새 선교 패러다임에 주목
2011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현지인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양성민씨. 손창남 선교사 제공

한국 교계에서는 지금까지 해외 선교지에서 교회와 학교, 병원 등을 지으며 복음을 전한 프로젝트 중심의 선교가 줄곧 통용돼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서구의 크리스텐덤(기독교제국) 방식을 답습한 한국 선교를 성찰하며 새로운 선교 패러다임을 강조하는 풀뿌리 선교 등에 주목하는 추세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는 은퇴한 성도들을 선교 자원으로 훈련·육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강대흥 KWMA 사무총장은 “모든 성도가 자신의 달란트를 살려 삶 가운데 선교적으로 쓰임받도록 독려하는 선교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렇게 훈련된 사람을 ‘선교인’으로 부른다. 평신도의 타문화권 선교를 강조한 풀뿌리 선교와 다른 측면도 있지만, 평신도를 통해 선교하는 점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다”고 말했다.

강 사무총장은 “우리나라에 복음을 전한 호러스 언더우드·헨리 아펜젤러 선교사도 자국의 자발적인 평신도 선교 운동에 영향을 받았다. 한국교회 안에 새로운 선교 운동이 활발해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일상이 선교’ 인식 전환 필요

내년 9월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복음주의 선교대회 ‘제4차 로잔대회’에서도 흩어진 자들에 의한 ‘역동적 선교’를 다룬 사도행전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한국교회는 대회뿐 아니라 내년 1월부터 1년 동안 사도행전으로 연합하는 프로젝트 ‘말씀 네트워크’를 진행한다.

말씀 네트워크 지도 목사인 박영호 포항제일교회 목사는 “초대교회 당시인 로마제국 초기는 인구 이동의 시대였다”며 “바벨론 포로 이후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 공동체가 선교의 중요한 모태가 됐다. 흩어진 이들에 의한 역동적 선교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박 목사는 현재 상황이 사도행전 속 교회 상황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는 “전 세계 그리스도인이 온라인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사도행전적 네트워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며 “선교가 해외에서 하는 프로젝트나 프로그램 안에서만 가능한 게 아니라 일상이 선교가 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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