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납골당 잔혹사’ 벗어나려면 ‘죽음’에 대한 교육과 장묘문화 개선 시급

장창일 2023. 7. 1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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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여러모로 허가받기 어려운 납골당 사업에 일부 교회연합체가 방패막이가 돼주면서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한 케이스로 꼽힌다.

이번 납골당 사업처럼 20만기 이상 대형일 경우 더욱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황씨의 납골당 사전 분양에 날개를 달아준 건 군소교단·단체의 연합체인 한국교회연합(한교연·대표회장 송태섭 목사)이었다.

교회연합기관이 앞장서 황씨의 기독교 납골당 사업 홍보에 나선 것도 교인들의 평소 관심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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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예수상·납골당’ 짓겠다던 황학구씨 실형
‘기독교 테마파크 건설하는 전직 사찰 대표’라는 제목으로 한국기독교기념관의 문제점을 지적한 한 지상파 방송의 프로그램 예고편. 유튜브 캡처


초대형 예수상을 비롯해 한국기독교기념관을 빙자한 납골당을 짓겠다며 교계 안팎에서 투자자를 모집하던 황학구씨가 이달 초 1심에서 사기와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국민일보 7월 10일자 33면 참조).

이번 사건은 여러모로 허가받기 어려운 납골당 사업에 일부 교회연합체가 방패막이가 돼주면서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한 케이스로 꼽힌다.

인터넷에 ‘납골당’을 치면 ‘주민 반대’가 연관 검색어처럼 따라붙는다. 혐오 시설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만큼 허가받는 게 쉽지 않다. 이번 납골당 사업처럼 20만기 이상 대형일 경우 더욱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황씨가 충남 천안시 입장면에 추진하던 납골당 사업의 경우, 부지 확보조차 하지 못한 상태에서 분양부터 나섰다. 그는 납골당의 또 다른 명칭인 ‘한국기독교기념관’ 홍보를 위해 만든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투자자를 모집했다. 현재 홈페이지는 폐쇄됐고 사무실 전화번호도 결번이다.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 등에 마련했던 홍보 사무실도 문을 닫았다.

황씨의 납골당 사전 분양에 날개를 달아준 건 군소교단·단체의 연합체인 한국교회연합(한교연·대표회장 송태섭 목사)이었다. 한교연은 지난해 7월 한국기독교기념관 투자협약 감사예배, 같은해 12월 한국기독교기념관 홍보관 및 예수 조형물 착공 감사예배 등을 주도했다. 황당한 건 이 같은 행사에 앞서 해당 사업의 주무 관청인 천안시가 한국기독교기념관의 설립 허가를 취소한 것이다.

교계 안팎에서 오르내리는 납골당 사업에 대한 접근은 신중해야 한다. 그동안 교계에서 추진됐던 ‘납골당 사업 잔혹사’가 있기 때문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는 2003년 당시 은급재단 이사장 등이 납골당 매입을 위해 은급기금을 이사회 결의 없이 불법 대출한 것을 시작으로 10여년 동안 진흙탕 논란을 빚었다.

첫 불법 대출 이후 원금 회수를 위해 추가 대출이 이어지면서 수백억원이 은급기금에서 빠져나갔다. 허술한 관리감독 등이 낳은 참사였는데, 납골당에서 큰 수익이 나올 걸 기대한 ‘묻지마 투자’가 본질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고령화사회로 빠르게 접어들면서 교인들은 알음알음 죽음 이후를 준비한다. 교회연합기관이 앞장서 황씨의 기독교 납골당 사업 홍보에 나선 것도 교인들의 평소 관심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죽음 교육을 강조해온 하이패밀리 대표 송길원 목사는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납골당에 대한 교인들의 관심이 큰 만큼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은 언제든 교계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런 논란을 피하려면 건강한 죽음에 대한 교육을 통해 안치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산골장’이나 ‘수목장’을 확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골장(散骨葬)은 고인의 화장한 유해를 산이나 강, 바다를 비롯해 지정된 장소에 뿌리거나 안장하는 장법을 말한다. 기도원에 교인들을 위한 소규모 납골묘를 신설하는 것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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