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여름철 바닷가, 첫째도 둘째도 안전
유례가 드문 집중 폭우로 안타까운 인명과 재산 피해가 늘고 있다. 장마가 그치면 많은 사람이 바다로 몰려갈 것이다. 해마다 바다에서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발생한다. 도시의 열기를 피해 바닷가로 피서 가는 것도 좋지만, 바다에서도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다. 마침 18일은 ‘연안 안전의 날’이다.
바다에서 온몸을 물에 담그지 않고 바닷물에 발만 담가도 좋다. 우리 조상들의 탁족(濯足)이란 피서법인데, 한방에서도 활용한다. 여름에 약해지기 쉬운 내장에 관여하는 경혈(經穴)이 발바닥에 많은데, 흐르는 물로 이 경혈을 자극하면 온몸이 시원해지고 건강에 도움을 준다. 바다로 가면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과 푸른 물결, 파도 소리와 백사장이 지친 마음을 치유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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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마스크 벗는 첫 피서철
연안사고 86%, 안전수칙 무시
구명조끼 착용 등 기본 지켜야
」
바다에서 치유와 힐링을 즐기고, 바다 자체의 즐거움을 만끽하려면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안전이다. 올해는 지난 3년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마스크와 격리 의무가 대부분 해제된 이후 처음 맞는 여름이다. 많은 사람이 바다로 몰려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잊고 지낸 바다에서 지켜야 할 안전수칙을 새롭게 인식해야 할 때다.
해양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연안 사고 3374건 중 86%(2901건)가 구명조끼 미착용 등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했다. 지난해 연안 사고 사례를 보더라도 기본적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거나 방심해 순간의 실수로 일어난 사고가 대다수였다.
예컨대 지난해 7월 전역을 앞둔 군인 2명이 휴가 중 풍랑주의보로 출입이 통제된 해수욕장에 들어갔다가 파도에 휩쓸려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그해 8월에는 물놀이하던 손자를 혼자 구조하려던 70대 할아버지가 변을 당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런 사례가 더욱 안타까운 이유는 최소한의 안전수칙만 지켰어도 피할 수 있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실 바다에서 지켜야 할 안전수칙은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쉽게 간과하는 이들이 많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에 당연한 것들이라도 다시 한번 점검하고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선 해안가나 갯바위에서 낚시하거나 물놀이할 때는 맑은 날에도 반드시 구명조끼를 착용해야 한다. 언제 파도가 덮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고 수영하거나 출입이 금지된 위험구역에 들어가는 행동은 절대 삼가야 한다. 바닷가에 가기 전에는 기상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기상특보가 발령됐다면 여행 계획을 변경하거나 물가에는 가지 말아야 한다.
그뿐 아니라 어린아이와 함께 물놀이할 때는 미리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보호자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항상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봐야 한다. 만약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자신의 수영 실력을 과신하지 말고 신속하게 가까운 구조기관에 신고하거나 큰소리로 주변에 안전사고 발생 사실을 알려야 한다. 해상 안전예방과 사고 대응과 관련해 긴급 전화번호(112, 119) 홍보를 위한 인포그래픽(QR코드) 게시도 필요하다.
어느 때보다 안전사고에 대한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계절이다. 바다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해양경찰은 안전한 바다를 최우선 임무와 가치로 삼아 연안 사고 위험구역을 집중적으로 관리해 ‘연안 사고 제로 시대’를 열어야 한다. 바다 안전수칙은 모두가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임을 국민 모두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찾아가는 연안 안전교실’과 ‘생존 수영’ 등 대국민 해양안전 프로그램을 통한 국민 친화형 행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현장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연안 사고 예방 시스템과 안전관리 체계를 고도화해 모든 국민이 마음 놓고 즐기는 행복한 바다를 만들어야 한다.
바다는 모두가 즐겨 찾는 힐링과 치유의 공간이다. 휴가철을 맞아 날씨가 더워질수록 더 많은 인파가 바다를 찾을 것이다. 순간의 방심과 안이한 생각 때문에 생명이 위험을 처할 수도 있는 곳이 바다다. 바다의 안전을 책임지는 해양경찰의 역할이 더 강조되는 시간이다. 안전수칙 엄수와 예방조치를 통해 국민과 해양경찰이 이해하고 협력함으로써 치유와 힐링이 함께 하는 해양 안전시대를 만들어 가길 바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변창훈 대구한의대 총장·해경 해양안전정책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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