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나의 행복한 북카페] ‘멋진 신세계’의 발칙한 상상
서기 2540년, 인간생산 공장의 기계가 쉼 없이 돌고 있다. 자연에선 난자 성숙에 30년이 걸리고 난자 하나에서 기껏 한두 명이 태어나지만, 이제 2주일이면 난자 150개가 성숙하고, 1만1000명의 쌍둥이를 만들 수 있다. 과학의 승리다.
올더스 헉슬리의 디스토피아 소설 『멋진 신세계』(1932)가 상상한 미래다. 책 속에서 불안·분노·우울 등을 조절해주는 알약 ‘소마(Soma)’는 불과 90년 후인 오늘날 항불안제·항우울제 등으로 쓰인다. 마치 현재를 예견한 듯 예언적 미래 통찰이 많다. 책에 등장하는 ‘인간 증산 계획’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인간 복제와 대량 생산은 피할 수 없는 미래일 수 있다.
『팩트풀니스』(한스 로슬링, 2019)에 따르면 인종과 문화와 관계없이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 출산율은 떨어진다. 가난한 나라는 출산율이 높다. 여기서 발칙한 상상 하나가 떠오른다.
일단 결혼하면 1.5룸 주택을 30년간 임대한다.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초저리로! 첫 아이를 낳으면 2룸을 25년, 둘째를 낳으면 3룸을 20년, 셋째를 낳으면 4룸을 20년 임대한다. 위장결혼도 생길 것이다. 하지만 어떠랴. ‘혼자살이’의 사회병리학적 대가보다 돈이 덜 들 수 있다. 대출이익, 재산세, 입시 특례 등을 위한 위장이혼이 이미 상당한 숫자다.
2022년 약 19만쌍이 결혼했다. 이미 값이 뛴 기존 부동산이 아닌, 전국 국유지에 19만호를 짓는 데 얼마가 들까. 50조가 든다 한들 10년에 500조다. 지금껏 성과 없이 증발해버린 천문학적 저출산 타개 예산에 비하면 어떤가. 집에 대한 기대가 결혼을 부르고, 큰 집 늘려가는 재미에 다둥이 가족이 늘어난다면 좋겠다. 어쩌면 100년 뒤 우리의 ‘멋진 신세계’에선 글로벌 산업 ‘인간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데 1년에 50조씩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상상은 미래가 된다.
이안나 성형외과 전문의·서점 ‘채그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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