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나의 행복한 북카페] ‘멋진 신세계’의 발칙한 상상

2023. 7. 18. 00: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안나 성형외과 전문의·서점 ‘채그로’ 대표

서기 2540년, 인간생산 공장의 기계가 쉼 없이 돌고 있다. 자연에선 난자 성숙에 30년이 걸리고 난자 하나에서 기껏 한두 명이 태어나지만, 이제 2주일이면 난자 150개가 성숙하고, 1만1000명의 쌍둥이를 만들 수 있다. 과학의 승리다.

올더스 헉슬리의 디스토피아 소설 『멋진 신세계』(1932)가 상상한 미래다. 책 속에서 불안·분노·우울 등을 조절해주는 알약 ‘소마(Soma)’는 불과 90년 후인 오늘날 항불안제·항우울제 등으로 쓰인다. 마치 현재를 예견한 듯 예언적 미래 통찰이 많다. 책에 등장하는 ‘인간 증산 계획’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인간 복제와 대량 생산은 피할 수 없는 미래일 수 있다.

행복한 북카페

『팩트풀니스』(한스 로슬링, 2019)에 따르면 인종과 문화와 관계없이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 출산율은 떨어진다. 가난한 나라는 출산율이 높다. 여기서 발칙한 상상 하나가 떠오른다.

일단 결혼하면 1.5룸 주택을 30년간 임대한다.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초저리로! 첫 아이를 낳으면 2룸을 25년, 둘째를 낳으면 3룸을 20년, 셋째를 낳으면 4룸을 20년 임대한다. 위장결혼도 생길 것이다. 하지만 어떠랴. ‘혼자살이’의 사회병리학적 대가보다 돈이 덜 들 수 있다. 대출이익, 재산세, 입시 특례 등을 위한 위장이혼이 이미 상당한 숫자다.

2022년 약 19만쌍이 결혼했다. 이미 값이 뛴 기존 부동산이 아닌, 전국 국유지에 19만호를 짓는 데 얼마가 들까. 50조가 든다 한들 10년에 500조다. 지금껏 성과 없이 증발해버린 천문학적 저출산 타개 예산에 비하면 어떤가. 집에 대한 기대가 결혼을 부르고, 큰 집 늘려가는 재미에 다둥이 가족이 늘어난다면 좋겠다. 어쩌면 100년 뒤 우리의 ‘멋진 신세계’에선 글로벌 산업 ‘인간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데 1년에 50조씩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상상은 미래가 된다.

이안나 성형외과 전문의·서점 ‘채그로’ 대표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