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태형의 음악회 가는 길] KBS 시청료 분리징수, 클래식 음악의 앞날은?
여의도를 지나며 본 한국방송공사(KBS)는 거대한 상가(喪家) 같았다. ‘근조’라고 적힌 하얀 조화가 담을 에워싸고 있었다. 마음은 조문객처럼 착잡해졌다.
방송사 내부 분위기도 비슷할 듯하다.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KBS·EBS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의결되고, 윤석열 대통령이 바로 재가했다. 김의철 KBS 사장은 그 전에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신규 사업 중단, 기존 사업·서비스 원점 재검토 등이 골자다.
블로그와 카카오톡 등에는 ‘수신료 분리징수에 따른 KBS 비상경영추진안’이라는 문건이 돌았다.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도 눈에 띄었다. 마음에 걸린 부분은 두 가지, 라디오채널(1라디오·클래식FM) 반납 추진과 KBS교향악단 지원금 조정이었다.
먼저 KBS클래식FM은 93.1㎒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44년간 라디오만 있으면 클래식 음악과 가까워질 수 있는 음악친구였다. 하드웨어로서 라디오의 시대는 저물었지만 소프트웨어로서는 무궁무진하다.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명연주와 작곡가 이야기, 주목받는 연주가들의 인터뷰, 동시간 KBS교향악단의 실황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채널이다.
상업광고도, 유해한 멘트도 없는 청정지대이며, 클래식뿐 아니라 국악과 재즈까지 비상업적인 순수예술을 접할 수 있는 창구다. 누구에게나 권할 수 있는 채널 중 하나가 ‘반납’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클래식 애호가로서 마음 한구석이 저린다.
다음으로 KBS교향악단의 지원금 조정 문제다. 한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KBS향은 2012년 재단법인으로 출범하며 2025년까지 KBS로부터 연간 108억원 지원금을 받기로 합의한 바 있다. 지난해 음악감독 피에타리 잉키넨이 부임하고 협연자나 객원지휘자도 부족함 없이 꾸려온 KBS향이다.
비상경영체제 아래에서 지원금액을 줄이면 여러 계획됐던 사업이 취소되거나 축소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 ‘디지털 K홀’, 신인발굴 및 국제무대 진출 지원, 청소년 지휘 마스터클래스, 찾아가는 음악회와 지역 공연, 시즌당 한 장 이상 CD 녹음·발매, 한국 고유 레퍼토리 발굴과 바그너 오페라를 공연하는 중장기 계획에 먹구름이 끼지 않을까 우려한다.
이번 비상경영안의 세부 내용과 관련해 KBS 측의 공식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수신료의 가치를 생각했을 때 클래식FM과 KBS교향악단은 KBS의 다른 분야와 비교하면 제 몫을 다했다고 본다. 앞으로도 공영방송의 지향점은 문화예술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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