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휩쓴 청주 안경점 “두 번 망했어도 한 번 더” [사연뉴스]
단 한 칸의 가게라도 자영업자에게는 삶의 터전과도 같습니다. 부푼 꿈을 안고 손수 차린 가게라면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를 것입니다. 이런 가게가 하루아침에 빗물에 휩쓸려 사라진다면 어떨까요.
최근 폭우 피해가 특히 컸던 청주의 한 안경사가 이런 상황에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서겠다고 다짐한 사연이 많은 이에게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디시인사이드 바이크갤러리에 자신을 “한 달에 두 번 망한 자영업자”라고 소개하는 안경사 A씨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A씨는 지난 6월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에 안경원을 차렸는데요.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집중호우가 쏟아진 지난 15일 A씨 가게는 통째로 빗물에 잠겨버렸습니다.
A씨는 “15일 오전 8시쯤 자고 있는데 건물주 사장님에게 전화가 왔다”며 “비가 많이 와서 차단기 내려야 하니 한번 와보라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A씨가 도착했을 때 이미 가게 안은 빗물이 발목까지 차 있었습니다.
가게 안으로 허겁지겁 뛰어든 A씨는 우선 고가의 장비들만 진열장 위로 올려두고 나왔다고 합니다. 가게 앞 빗물이 어느새 허리춤까지 불어난 탓에 더 작업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빠르게 불어나는 빗물을 뚫고 귀가한 A씨는 그날 저녁까지 강내면의 폭우 피해 상황과 관련한 뉴스를 보며 ‘기계 장비만은 무사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다음날인 16일 새벽 다시 가게를 찾은 A씨는 멘털이 무너졌습니다. 가게 안은 난장판이었고 물은 거의 1.5m 높이까지 차올라 있었습니다. 그는 “그 무거운 진열장이 둥둥 떠다니다가 가게 물이 빠지자 폐허가 됐더라”면서 당시 상황이 담긴 사진도 공유했습니다.
A씨가 올린 사진에는 참혹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안경 진열대는 무너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고, 테이블과 의자도 흙탕물을 뒤집어쓴 채 제자리를 잃은 상태입니다.
이런 광경 앞에서 A씨는 모든 게 무너진 것 같았을 겁니다. 더욱이 이 가게의 의미는 더욱 각별했습니다. 지난 5월 이미 한 차례 폐업을 겪은 뒤 지역을 옮겨 새로 차린 안경원이기 때문입니다.
갑작스러운 인근 지역 재개발로 첫 가게를 철거해야 했다는 A씨는 “(두 번째 가게를 열면서) 없는 살림에 아버지랑 둘이서 전기 공사도 다 하고 몸으로 때웠다”고 회상했습니다. 말 그대로 ‘손수 지은’ 가게였던 겁니다. 어렵게 개업한 이후에는 “생각보다 장사가 잘돼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합니다. 많이 힘들어하던 아들을 걱정하던 부모님도 한시름 놓았다죠. 실제로 A씨 안경원의 후기를 보면 손님들의 호평으로 가득했습니다. “친절하고 양심적”이라는 후기가 특히 많았습니다. 폐업한 첫 가게 때부터 A씨 안경원을 자주 찾던 손님이 남긴 후기도 보였습니다.
이렇게 일궈낸 두 번째 가게가 물폭탄을 맞은 겁니다. 그러나 무너지는 심정으로 집으로 돌아가려던 A씨는 멈춰섰습니다.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이 머릿속을 스친 것입니다.
다시 가게로 향한 그는 친구와 함께 장비들을 빼내고 흙탕물로 가득한 가게 안을 깨끗한 물로 씻어냈습니다. 주변에서 “장비는 이미 망가졌다”고 만류했지만, 계속해서 닦고 또 닦았습니다.
그는 흙탕물을 말갛게 씻어내던 마음을 떠올리며 “이미 빚이 있지만 다시 빚을 내서 다시 앞으로 나아가보겠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나 때문에 밤잠 설치실 부모님, 걱정돼도 표현하기 어려울 임신한 아내…. 그들을 힘들게 하긴 싫다”며 “그냥 액땜했다 치고, 그렇게 믿고, 그렇게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거듭 마음을 다졌습니다.
이어 “그러다 보면 언젠가 다시 속 시원히 웃으며 과거의 추억 정도로 이 이야기를 하는 날이 오겠지”라며 글을 마칩니다.
폭우가 계속되는 요즘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조차 야속하게 들립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한 번 더 이겨내겠다는 A씨를 보며 그처럼 애쓰고 있는 모든 이들을 온 힘을 다해 응원하고 싶습니다.
김영은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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