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중환자실 간호사가 아기에게 건네는 말 [아살세]
소아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아이를 돌보는 의료진의 목소리와 손길이 우연히 찍힌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중에도 아이에게 애정 가득한 말을 건네며 정성껏 보살피는 태도가 고스란히 담긴 이 영상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타고 퍼지면서 많은 이에게 감동을 전하고 있습니다.
소아 간이식 수술을 받은 21개월 아이를 키우는 엄마 A씨는 지난 14일 인스타그램 계정에 “유튜브에서 소아 중환자실 담당 교수님의 브이로그를 보고 눈물을 한 바가지 쏟고 이 글을 쓴다”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A씨는 아이의 이름으로 운영하는 이 계정에 병원 생활을 꾸준히 공유해 왔습니다.
A씨에 따르면 아이는 지난해 11월 1일 간이식 수술을 마치고 소아 중환자실로 옮겨졌습니다.
A씨는 당시 “아이 소식을 기다리는 제 마음은 ‘애가 탄다’는 표현으론 턱없이 부족했다”며 “혼자 있을 지구 걱정에 하루가 일 년 같은 시간이었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코로나19로 인해 면회가 불가능했고 입원 한 달이 되어야만 짧은 면회가 가능했습니다.
카카오톡이 설치된 휴대전화 공기계를 의료진에 전달하면 담당 간호사가 영상 통화로 아이를 보여주곤 했지만, 그나마도 아이가 화면 속 엄마를 보고 너무 울어 그냥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주길 부탁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A씨가 휴대폰을 보고 있는데 아기가 일반 병동에 있을 때 사용하던 베이비캠 앱 알림이 울렸다고 합니다. 의료진에 전달한 휴대전화 공기계에 깔린 베이비캠 앱이 실수로 켜져 카메라가 활성화된 것 같았습니다.
A씨는 “아이가 텔레파시를 보낸 건지 평소라면 지나쳤을 알림을 보고 홀린 듯 앱을 켰는데, 화면 속에 아이가 보였다”며 “얼떨떨한 와중에 아이의 모습을 간직하고 싶어 일단 화면 녹화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건 화면 속에 들려오는 간호사의 목소리였습니다. 간호사는 따뜻한 목소리로 아이의 이름을 거듭 부르며 “엄마랑 아빠랑 ○○기다리고 있대” “너무 귀엽다 진짜” 등의 말을 건넸습니다. 가족사진을 보여주는 듯 “이게 누구야?” “아빠 알아?” “엄마 알아?” 등의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한 간호사가 다른 간호사에게 “아까 테이핑하는데 ○○가 너무 힘들어했다”면서 앞선 치료 과정에서 아이가 힘들어했던 것을 언급하고 “미안해”라고 말하는 내용도 들렸습니다.
A씨는 “두 눈을 끔뻑거리는 아이 곁에서 ‘예쁘다’ ‘사랑한다’ 수십 번 말씀해주시던 간호사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며 “그날 밤 몇 분짜리 녹화된 영상을 수도 없이 돌려보며 참 많이도 울었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이어 “아주 솔직한 심정으로는 모르는 척 틈틈이 뭐 하고 있나, 소리라도 들어볼까 하는 욕심도 들었지만 금방 마음을 다잡았다”면서 다음 날 아침이 되자마자 병원에 ‘베이비캠 앱이 켜졌으니 종료해 달라’고 연락했다고 합니다. “믿고 따라야 할 의료진께 해서는 안 될 행동으로 상처를 드려선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A씨는 이날 찍힌 영상이 아니더라도 의료진의 정성스러운 손길에 감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매일같이 바뀌던 딸의 머리 모양, 하트 모양으로 잘라둔 콧줄 고정 테이프, 일반 병동으로 옮기는 날 건네받은 아이 사진이 담긴 액자, 선생님들이 숱하게 찍어 보내준 영상 속 사랑 가득한 목소리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중환자실 의료진은 부모의 역할도 같이 수행한다고 했던 말씀이 무엇인지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최근 병원을 갔다가 마주친 중환자실 간호사들이 이제 건강해진 아이를 한참 바라보고 어루만져줬다고 언급하면서 정작 본인은 “(간호사분들) 얼굴도, 성함도 모르고 제대로 된 감사 인사 한번 드리지 못해 아쉽고 죄송하다. 영상을 보신다면 꼭 연락 달라”고 적었습니다.
그는 “물론 사회 어딘가에선 의료진의 아동 학대, 의료사고 은폐 등 말도 안 되는 일도 일어난다. 평범한 아기 엄마로서 이런 일에 분노한다”면서도 “동시에 대다수의 존경스러운 의료진이 고통받는 작은 생명들을 위해 굳건한 사명감으로 몸을 갈아 넣어가며 일해주는 귀하고 훌륭한 모습에 감사드리고 싶었다”고 힘주어 적었습니다.
A씨는 “영상 속 간호사가 누구인지 몰라 (영상 공개를) 허락받지 못했다. 영상을 공유하기까지 참 고민이 많았다”면서 “그럼에도 우리 선생님들께 소중한 자녀들을 믿고 맡기셔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다 올리기로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끝으로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아가들과 돌보느라 고생하시는 보호자 분들께도 심심한 위로와 응원과 기도를 보탠다”며 글을 마쳤습니다.
A씨의 글에 많은 이들이 마음이 따뜻해졌다며 공감을 표했습니다.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는 반응도 이어졌죠. 소아과 간호사들이 “글을 보고 큰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며 직접 댓글을 달기도 했습니다. 가장 약하고 힘든 상태에 있는 환자와 보호자를 지켜내고 돕는 게 의료진이라면, 그런 의료진이 힘든 순간을 이겨낼 힘을 얻는 곳도 결국 환자의 회복과 ‘고맙다’는 말 한마디일 겁니다.
서혜원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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