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칼바람, 매킬로이에겐 훈풍이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DP 월드투어가 공동 주관한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에서 우승했다.
매킬로이는 16일 밤(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노스베릭의 더 르네상스 클럽(파70)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2타를 줄인 끝에 합계 15언더파 265타로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157만5000달러(약 20억원). 매킬로이가 골프의 고향인 스코틀랜드에서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로버트 매킨타이어(스코틀랜드)가 합계 14언더파로 2위, 안병훈은 스코티 셰플러(미국), 다비드 링메르트(스웨덴)와 함께 합계 10언더파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안병훈은 이미 자격을 획득한 선수들을 뺀 상위 3명에게 주는 디 오픈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최고 권위의 디 오픈 챔피언십은 20일 영국 로열 리버풀 골프장에서 개막한다.
최종 4라운드가 열린 16일 르네상스 골프장엔 강풍이 불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는 호주 교포 이민지의 동생이자 2021년 이 대회 챔피언 이민우(25)는 파5의 10번 홀에서 티샷을 351야드나 날려 보냈다. 그리고 홀까지 225야드를 남긴 상황에서 피칭웨지를 꺼내 들었다. 레이업 샷이 아니라 그린을 직접 노린 샷이었다. 뒤쪽에서 불어온 바람을 타고 공은 보기 좋게 그린에 올라갔다. 해설자가 “완전히 미쳤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민우는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았다.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매킬로이는 “이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부는데 누구라도 언더파를 치면 정말 대단한 기록”이라고 했다. 스코틀랜드 서부의 섬 출신인 왼손잡이 매킨타이어는 이날 강풍에 굴하지 않고 6언더파를 기록했다. 맞바람이 부는 마지막 18번 홀 220야드에서 3번 우드로 핀 1m 옆에 붙여 잡은 버디가 하이라이트였다. 매킨타이어는 이 버디로 합계 14언더파 단독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그러나 마지막 조에서 경기한 매킬로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17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면서 매킨타이어와 동타를 이룬 그는 18번 홀에서 승부를 걸었다. 핀까지 208야드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그는 2번 아이언으로 홀 3m 거리에 공을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버디를 잡아내면서 1타 차로 우승했다. 매킬로이는 “18번 홀 두 번째 샷은 올해 나의 베스트 샷”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매킬로이는 7번 홀에서 드라이버를 잡고 공을 427야드나 날려 보냈다. 올 시즌 매킬로이가 PGA 투어에서 기록한 최장타다. 이전 기록을 40야드나 넘겼다. 스코틀랜드의 링크스 코스에서는 바람에 따라 150야드 거리에서 피칭웨지를 칠 수도 있고, 5번 아이언을 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같은 거리인데도 바람에 따라 피칭웨지를 잡기도 하고, 3번 우드로 공략하기도 했다.
1타 차 2위로 마지막 날 경기를 시작한 김주형은 3타를 잃은 끝에 합계 9언더파 공동 6위를 차지했다. 초반 한때 단독 선두에 나섰지만, 후반 들어 바람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마지막 홀에서 짧은 파 퍼터를 놓친 뒤 보기 퍼트도 넣지 못하는 바람에 더블보기를 했다.
극적으로 디 오픈 챔피언십 출전권을 따낸 안병훈은 “디 오픈에 출전할 수 있을 거라고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옷을 충분히 가져오지 않았다. 빨리 돌아가서 빨래를 해야겠다”며 기뻐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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