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희망사항’ 현실로…변진섭 아들 변재준, 아티스틱 스위밍 톱10

배영은 2023. 7. 1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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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성 듀엣 테크니컬 결선에서 김지혜와 함께 연기를 펼친 변재준(오른쪽). [AFP=연합뉴스]

변재준(20·경희대)이 한국 아티스틱 스위밍 역사를 새로 썼다. “남자가 ‘여자 스포츠’를 한다”는 편견과도 맞서 싸워 이겼다.

변재준은 지난 15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 아티스틱 스위밍 혼성 듀엣 테크니컬 예선에서 대학 동기 김지혜와 짝을 이뤄 16개 출전국 중 6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16일 열린 결선에선 12개국 중 10위에 올랐다.

아티스틱 스위밍은 ‘수중 발레’로 잘 알려진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의 새 이름이다. 수영 능력 외에도 체조의 기술과 발레의 예술성을 두루 평가한다. 오랜 기간 ‘금남의 영역’이었는데 2015년 카잔 세계선수권부터 남녀 혼성 듀엣 종목이 생겼다. 당시 12세였던 변재준은 그 소식을 듣고 아티스틱 스위밍 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변진섭

변재준은 아버지의 감성과 어머니의 운동 능력을 물려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발라드의 황제’로 불리는 가수 변진섭이다. 1980년대 후반 데뷔해 ‘희망사항’ ‘숙녀에게’ ‘새들처럼’ 등 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그의 어머니는 아티스틱 스위밍 국가대표 출신인 이주영씨다. 1993년 독일 뒤셀도르프 에이지 그룹 대회에서 주니어부 솔로와 단체 챔피언에 올랐다. 부부의 차남인 변재준은 2020년 대회에서 아버지의 노래 ‘몹쓸 사랑’을 프로그램 배경음악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는 일찌감치 국제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세계선수권에는 올해 처음 출전했다. 국내에는 남자 선수가 변재준 한 명뿐이어서 국가대표 선발전 자체가 없었다. 국제 대회에는 자비를 들여 참가해야 했다. 그러나 올해 마침내 메이저 대회에서 기량을 펼칠 기회를 얻었다.

변재준의 꿈은 올림픽 출전이다. 그러나 내년 파리올림픽에는 출전하기 어렵다. 올림픽엔 혼성 듀엣 종목이 없기 때문이다. 남자 선수는 8명이 호흡을 맞추는 팀 종목에 한해 최대 2명까지 출전할 수 있다. 한국은 아티스틱 스위밍 팀 종목에서 올림픽 결선 티켓을 딴 적이 없다.

그래도 그는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뜻깊은 첫걸음을 내디뎠다. 초등학교부터 함께 다닌 동창 김지혜와 한 달간 집중적으로 훈련한 성과다. 변재준-김지혜 조는 21일 혼성 듀엣 프리 예선에 출전한다. 변재준은 “준비 기간이 짧았지만, 기량이 많이 좋아졌다. 남은 시간 차분히 준비해서 아쉬움 없는 경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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