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이틀 된 아들 생매장한 친모…경찰 ‘시신 없는 살인’ 수사

6년 전 생후 이틀 된 아들을 야산에 묻은 친모를 수사 중인 경찰이 ‘시신 없는 살인사건’을 입증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전남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갓 태어난 아들을 친정집 인근에 산 채로 묻은 혐의(살인)로 체포된 30대 A씨(여)를 구속 수사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10월 29일 전남 광양의 한 주택 인근 야산 기슭에 아들 시신을 묻어 숨지게 한 혐의다.

당시 미혼모였던 A씨는 전남 목포의 한 병원에서 아들을 낳고 이틀 뒤 퇴원해 친정어머니가 사는 광양의 한 야산에 아들을 묻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아들을 암매장한 2017년 당시 광주광역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당초 어머니가 직장에 출근해 비어있는 집에서 홀로 아들을 돌보던 중 한눈을 판 사이 아이가 숨졌고, 이후 야산에 묻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우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킨 뒤 아이를 잠시 두고 화장실을 다녀오니 숨을 안 쉬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보육교사였던 A씨가 어린아이를 돌볼 줄 알았고, 아이가 숨졌다고 판단한 상황에서 119 등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점 등을 토대로 보강 조사를 벌였다. 경찰의 추궁에 A씨는 “살아있는 아기를 묻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경찰은 A씨의 진술을 토대로 지난 11일부터 암매장 추정지 중심으로 주변부까지 정밀 조사를 벌였으나 별다른 흔적을 찾지 못했다. 뼈가 연약한 아이가 태어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은 상태에서 6년 가까이 땅속에 묻혀있었다는 점에서 토양화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경찰은 구속된 A씨를 상대로 ‘시신 없는 살인’을 입증하기 위해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조력자 유무 등을 확인하고 있다.

A씨 범행은 지자체 수사 의뢰로 드러났다. 목포시는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아이 중 출생신고가 누락된 영아를 전수 조사하던 중 전화를 받지 않는 A씨를 직접 찾아 나섰다. 당시 A씨는 지자체 관계자에게 “시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겼다”고 진술했으나, 시어머니는 출산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한편 전남 지역의 ‘출생 미신고 영아’ 관련 수사는 지난 17일 현재 ‘조사 중’ 27건, ‘종결’ 3건 등 30건에 달한다. 광주는 수사 중 26건, 종결 2건, 검찰 송치 1건 등 29건으로 파악됐다. 종결 사건은 출생 후 입양, 사망 등의 이유로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된 사례다.

황희규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