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 어쩔수 없다는 인식 뜯어고쳐야”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유럽 순방에서 돌아온 직후 산사태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를 찾아 현장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몇백t 바위가 산에서 굴러올 정도로 이런 건 저도 처음 봐서…얼마나 놀라셨겠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산사태 피해 현장인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를 찾아 임시거주시설인 노인복지회관에서 주민 50여 명을 만나 위로의 말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저도 어이가 없다”며 “좁고 불편하겠지만 조금만 참고 계셔달라. 정부가 다 복구해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우선 실종자 수색에 최선을 다하고, 마무리되는 대로 반파·전파된 가옥을 수리하거나 새로 지을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힘을 합쳐 최대한 돕겠다”고 했다.

벌방리는 이번 산사태로 마을 입구부터 약 500m가 토사에 휩쓸렸다. 83가구 143명이 살던 마을에서 주택 30호가 유실됐고 2명이 실종됐다. 윤 대통령은 구조활동을 위해 파견된 50사단 수색대장에게 “마지막 실종자 1명이라도 끝까지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오전 5시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 대통령은 곧바로 용산청사로 이동해 수석비서관회의(오전 6시)를 한 뒤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다수 인명 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산사태 취약지역 등 위험 지역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사태를 키운 것”이라며 “위험 지역 진입 통제와 선제적 대피를 작년부터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재난 대응의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상이변은 늘 있는 것으로 알고 대처를 해야지, 이상 현상이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인식은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며 “국민 안전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집중호우 때 사무실에 앉아만 있지 말고 현장에 나가 상황을 둘러보고 미리미리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