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본 회의 주재하고 헬기 타고 산사태 현장…尹, 귀국 직후 수해 대응 총력
尹, 중대본 회의서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 모두 동원"
수해, 인재로 규정하며 공무원들 질타 "현장 나가라"
가장 큰 피해 입은 예천 찾아 복구 상황 점검·주민 위로
윤석열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인 17일 집중호우 피해 대응에 총력을 쏟았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6박 8일간의 리투아니아·폴란드·우크라이나 순방을 마치고 이날 오전 5시 5분께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한 직후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 회의실에서 참모들로부터 구체적인 수해 현황을 보고받았다.
이어 오전 6시께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 도착해 수석비서관 전원이 참석한 회의를 주재하고 지난 일주일 동안의 국내 현황을 보고받은 뒤 오전 8시 30분께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중대본 회의를 마치자마자 헬기를 타고 이번 수해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군 감천면 별방리 현장을 찾아 복구 상황을 점검하고 복구에 참여한 군·경찰·소방서 직원들을 격려하는 한편 피해 주민들을 위로했다.
녹색 민방위복 차림으로 이날 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윤 대통령은 "복구 작업과 재난 피해에 대한 지원 역시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며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 정책 수단을 모두 동원해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특별재난지역은 지방자치단체의 능력만으로 피해를 수습하기 힘들어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지정된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해당 지역의 복구 비용 50%를 국고비로 지원한다. 주민생계와 주거안정비용, 사망·부상자 구호금이 지원되며 전기요금·건강보험료·통신비·도시가스요금 등을 감면해준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 일정 중에 실시간으로 호우 피해 상황과 대응 조치를 보고받았고, 우크라이나·폴란드 현지에서 화상회의와 우선 지시를 통해 총력 대응을 당부했다"며 "지금의 상황을 모두 엄중하게 인식하고 군·경을 포함한 가용자원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호우 피해 속출 속 윤 대통령이 유럽 순방 일정을 연장하며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해 컨트롤타워 공백 사태가 빚어졌다'고 비판하고 있는 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출국 전 여러 차례 사전대비를 철저히 하고, 저지대 주민들 미리 대피 시키기 등 구체적인 지침을 내린 바가 있다"며 "정부가 그 지침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는 어느 정도 단계가 지나면 한번 점검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경북 예천 등지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사태와 홍수 경보가 내려진 상태였지만 제방 관리와 도로 통제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인명 피해가 속출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을 사실상 인재(人災)로 규정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인명 피해가 발생한 지역을 보면 산사태 취약 지역 등 위험 지역으로,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사태를 키운 것으로 판단된다"며 "위험 지역에 대한 진입 통제와 또 위험 지역으로부터의 선제적 대피를 작년부터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재난 대응의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공무원들의 재해에 대한 안이한 인식과 태도도 질타했다. 윤 대통령은 "기후변화 상황을 늘 있는 것으로 알고 대처해야지, 이상 현상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인식은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국민의 안전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집중호우가 올 때 사무실에 앉아만 있지 말고 현장에 나가서 상황을 둘러보고 미리미리 대처해 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중대본 회의 직후 수마가 할퀴고 지나가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경북 예천군 감천면 일대를 찾아 피해 상황을 살폈다.
감천면 마을은 초입부터 안쪽까지 약 500m에 걸쳐 민가, 창고 등 대부분 시설이 토사에 휩쓸려 무너지거나 부서진 상황이었다. 83가구 143명이 살던 마을에서는 주택 30호가 이번 산사태에 휩쓸려 가거나 무너졌고 2명이 실종됐다.
윤 대통령은 마을 안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 농가를 둘러봤다.
윤 대통령은 산사태에 쓸려 뒤집어진 차량 한 대를 발견하자 "나만 찍지 말고 주변을 모두 찍어 놓으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특수장비를 갖추고 파견된 50사단 수색대 대장에게 "마지막 실종자 1명이라도 끝까지 찾아달라"며 각별히 당부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재민 50여명이 임시거주시설로 사용 중인 벌방리 노인복지회관을 찾았다.
윤 대통령은 이곳에서 80~90대 할머니 20여명을 만나 "아이고, 아이고, 얼마나 놀라셨느냐"며 말을 건넸다. 그러자 한 할머니는 바닥에 앉은 윤 대통령 손을 잡으며 울먹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나도 어이가 없다"며 "해외에서 산사태 소식을 듣고 그냥 주택 뒤에 있는 산들이 무너져 민가를 덮친 모양이라고만 생각을 했지, 몇 백톤 바위가 산에서 굴러 내려올 정도로 이런 것은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다 복구해 드리고 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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